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2000.09.07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들판에는 쓰러지고 넘어지고 드러누운 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일으켜 세우거나 짚으로 묶는 농부들의 안간힘을 바라보며 도와드리지 못하는 마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언제는 농부들이 희망을 잃은 적이 있던가요? 어느 순간에 그 많은 벼들을 다 일으켜 세우고는 이제는 벼 병충해 방제농약 때문에 한창 바쁜 시기입니다.
"아저씨! 아저씨!" 하고 저를 부르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예! 왜 그러십니까?" "아저씨! 혹시 군대에서 편지 안왔습디여?" “아니! 무슨 군대에서 편지가 와요?” "아니 혹시 우리 집에 우리 아들한테 편지가 왔는가 싶어서 그라요! 우리 막둥이 아들이 군대를 간지가 솔찬이 되었는디 아무소식이 없단 말이요! 그란디 엊저녁 꿈에 우리 아들이 보이드란 말이요 그래서 혹시 오늘은 아들한테
무슨 소식이 있을란다냐! 싶어서 지금까지 아저씨를 기달리고 있었단 말이요! 그란디 혹시 무슨 편지 안왔습디여?" "아주머니 댁이 어디신데요?" "인자본께 첨본 우체부 아저씨네! 저그 봉산리 1구 녹동이란 말이요!" "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우리 아저씨는 양영기 란 말이요 그랑께 한번 찾아보시요! 잉!" "예~에! 오늘 무슨 편지가 오기는 온 것 같던데 잠깐만요!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하고서는 집배가방 깊숙이 넣어둔 우편물 다발을 끄집어내서 우편물을 찾아냈습니다. "여기 편지가 두통이나 왔네요! 반가우시겠네요!" 하면서 우편물을 건네 드리자 "우메! 그랬어라 그란당께! 엊저녁에 꿈에 보인 것이 오늘은 꼭 무슨 소식이 올 것 같드랑께 바쁜디 무단이 아저씨를 성가시게 하요 미안하요! 잉! 미안하요!" "아이고!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그래도 오늘 아드님한테 다행히 편지가 와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아저씨는 오늘 첨본 아저씨 같은 디 영 낱낱하니 좋그만이라 잉! 아저씨 편지를 갖다 줘서고맙소잉!" "예! 그럼 수고하세요!" 자식의 편지 때문에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저는 다시 다음 마을로 오토바이를 이동합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은 순간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부모님들의 건강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