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딸이 보내준 용돈

큰가방 2004. 12. 4. 16:37
 

딸이 보내준 용돈

2000.09.25


누런 황금벌판을 달려가는 저의 마음은 농부의 마음보다도 더욱 설레입니다. 그 많은 비와 그 많은 바람을 이기고 꿋꿋이 서있는 누런 벼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가을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열심히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아저씨! 아저씨! 우리 집에 돈 안 왔어?"


"누가 돈 보낸다고 했어요? 할머니!" "응 우리 딸이 그저께 돈을 십 만원을 보낸다고 했는디 으째서 돈이 안오까?" "오늘은 할머니 댁에 돈 온 게 없네요!" “아니 으째 그래 우리 딸이 그저께 분명히 보낸다고 했는디 으째 돈을 안 갖고 와~아! 잉?" "할머니!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할머니 돈을 혹시 통장에 넣는다고 안하던가요?"


"아니! 그것은 잘 몰라 그란디 그저께 돈을 보낸다고 했당께!" "할머니! 그러면 혹시 통장에 돈을 넣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통장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아니 통장을 으추고 확인을 해 통장 번호도 모른디!" "할머니 통장 가지고 계세요?" "잉 있어!" "그러면 저에게 통장을 좀 보여 주시겠어요! 그러면 제가 확인 을 해 드릴게요!"


“참말로 그래도 되까?" "할머니 돈 제가 절대로 안 빼먹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저에게만 살짝 보여 주세요!" "우리 딸이 절대로 놈들 한테 통장을 보여주지 마라고 그랬는디!" "할머니! 글쎄 저는 할머니 통장 보아도 괜찮으니까요 걱정하지 마시고 보여 주세요!" "그라문 그라까?" 하시며 저에게 통장을 보여주시는 겁니다.


그래서 우체국 사무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토요일 날 돈 10만원이 입금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 따님이 통장에 돈을 넣었다고 하네요! 10만원이 맞지요?" "잉! 그래 그랑께 10만원을 통장에 넣다고?" "예! 그러니까 내일쯤 우체국에 가셔서 찾으시면 되겠네요!" "잉! 알았어! 그랑께 돈을 통장에 넣다 그 말이제 잉!"


"예! 그렇다니까요!" "잉! 알았어! 고마와! 여그 감이나 한개 묵어봐 고생했응께 감이나 한나 줘야제!" “할머니! 이건요 할머니 심심하시면 잡수세요!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아직도 농촌에는 혼자서 살아가시는 노인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기다리시는 것은 자식들이 보내드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이 많이 필요하신가봅니다. 어쩌다 한번을 만나도 언제나 말을 붙이시는 할머니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까 그저 만나서 안부를 묻고 그리고 농담도 해드리고 그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