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할머니의 커피

큰가방 2005. 1. 29. 18:31
 

할머니의 커피

2000.12.08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나뭇잎들이 도로에 시궁창에 그리고 아무 곳이나 나뒹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로 겨울이 스며들어 우리들 가까이에 서서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분히 첫 눈의 소식을 기다리는 가슴 설레는 아가씨들 마냥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도시로 또는 군대로 자식을 떠나보내고 소식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할머니 손정래 씨에게서 돈(온라인 현금배달)이 왔는데 도장이 좀 있어야 되겠네요!" "그래 잉! 어저께 전화가 왔습디다! 돈 조금 보낸께 나 쓰라고 즈그들 살기도 성가시껏인디 뭔 돈을 보낸다고 그래싼고 받아써도 마음이 안 편하요!" "아니 왜요?" "옛날에는 선생질 한다고 잘 하드만 갑자기 뭔 사업을 한다고 학교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드만 뭔 일이 통 안 된가 어짠가 죽겟네 살것네 해 싼디 내가 맘이 편하것소?


그렁께 돈을 받아써도 안 편하고 그란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 참 그라요!" "예~에! 그렇군요! 그래도 할머니 자제분이 보내주신 돈인데 마음 편하게 생각하시고 쓰세요! 사람이 정 힘들고 그런다면 돈을 보낼 수 있답니까? 그래도 어머니 생각하고 보내신 돈인데!" "아저씨 말을 들어 본께 그 말이 맞으요! 그래도 나는 맘이 안 편해 그란디 아저씨 커피나 한 잔 하고가!"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할머니!" "아따~아! 할망구가 주는 것이라 그래? 그라지 말고 한잔하고가 내 금방 타 갖고 오께!" "예! 그럼 한 잔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할머니께서 커피를 타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타 오신 커피가 커피도 듬뿍 설탕도 듬뿍 그리고 프리마도 듬뿍 넣으셨는지 아주 진하다고 할까요? "아저씨 성질을 모른께 그냥 내가 좋아 한대로 타왔어 그랑께 맛이 없어도 그냥 마셔 잉!" 하시는 할머니의 설명에


"예! 커피가 아주 맛있네요!" 하면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한 잔의 커피 속에는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과 자식을 사랑하는 모든 마음이 함께 녹아들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커피를 마시는 제가 어찌 감히 맛이 없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