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여자친구
손자의 여자친구
“여보세요! 김영일 씨 휴대폰인가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우체국인데요. 김영일씨께 택배가 한개 도착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오늘 오후 3시경 댁으로 배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오후 3시경 집으로 오신다고요? 그 시간에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문이 열려있으니 그냥 방에 넣어두고 가시면 안 될까요?” “알았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하고 전화를 끓었다.
그리고 ‘취급주의!’라고 적어진 초코파이 박스 보다 두 배쯤 더 크고 정성을 다해 예쁘게 포장한 김영일 씨 소포와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시골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달려가는데 시골의 넒은 들판에서는 많은 아낙네들이 여기저기 봄(春)감자 씨 파종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데 도로 아래 따스한 양지쪽에서 아무도 모르게 데이트를 즐기던 산비둘기 두 마리가 내 빨간 오토바이 소리에 놀랐는지 갑자기 ‘후두득’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바람에 깜짝 놀라면서
“너희들의 좋은 시간을 방해했나 보구나! 미안해서 어쩌지?”하였으나 하늘 높이 솟아오른 비둘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리 있는 산을 향하여 훨훨 날아가 버렸다. 내가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바닷가 마을을 지나고 녹차(綠茶)나무가 많은 마을을 지나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도당마을 입구에 들어섰을 때 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오전에 전화하였던 택배를 배달하려고 김영일 씨 댁 마당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적재함에서 택배를 꺼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구여? 편지 아저씨가 오셨구만! 그란디 오늘은 뭣을 갖고 왔어?”하고 할머니께서 물으셨다. “밭에 다녀오는 길이세요? 오늘은 김영일 씨께 택배가 한 개 왔네요!”하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할머니“우리 손지한테 택배가 왔다고? 택배 올 데가 없는디 으디서 왔으까?” “경상남도 진주에서 이영아씨가 보내셨는데요.” “진주 이영아? 모르는 사람인디 그란디 으짠다고 택배를 보냈어?”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제가 보기에는 택배 박스가 예쁘게 포장된 것으로 봐서 선물 같아 보이는데요!”
“선물? 우리 손지한테 선물 보낼 사람이 읍는디 으째 그것을 보냈으까? 속에 뭣이 들었는지는 모르제?” “내용물은 뜯어보기 전에는 저희들도 잘 모르거든요. 그러니까 잘 가지고 계셨다가 이따 손자 오면 전해주세요!” “그란디 아제! 생전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이 왔는디 받아놔도 괜찬하까?”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시고 틀림없이 손자에게 전해주시기만 하세요! 아시겠지요?” “알았어! 그란디 그것 받어도 참말로 괜찬하까?”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아니여! 언제 한번도 내가 안 받아야 될 소포를 받었다가 크게 혼 난적이 있어서 그래! 그랑께 이것 도로 갖고 갔다 내일 우리 손지 있을 때 갖고 오문 안 되까?” “지난번 건강보조 식품 때문에 그러시는 거지요? 이 소포는 그런 소포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받아 놓으세요!” “그래도 나는 받기 싫은디 으짜껏이여! 그랑께 도로 갖고 가랑께!”하시며 한사코 소포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할머니! 그러면 제가 손자에게 전화해서 받아놓으라고 하면 받으시겠어요?”
“그런다면 받는디 안 그라문 절대 안 받어!”해서 소포 표면에 적어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리 신호가 가도 도통 전화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어! 집배원 아저씨 오셨네! 우리 오빠에게 선물 왔지요?”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녀가 마당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묻자 할머니께서 “진주 이영아가 누구다냐?”하고 물으셨다. “이영아가 오빠 여자 친구제 누구긴 누구여?”하자 갑자기 겸연쩍은 얼굴로 변한 할머니 빙긋이 웃으며 손녀에게 “느그 오빠도 여자 친구가 있었다냐? 내가 그란지를 알았어야 말이제!”
우리의 전통 식품 간장과 된장이 되어 식탁에 오를 메주가 매달려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