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선생님(1)

큰가방 2009. 5. 16. 11:48

선생님(1)


지난 2월 1일 나는 집사람과 함께 너무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초등학교 5~6학년 2년 동안 담임선생님을 맡아 사랑으로 가르쳐주셨던 전남 보성군 겸백면에 살고 계시는 문승천 은사님 댁을 찾았다. 그리고 “선생님! 계십니까? 저 왔습니다!” 하고 부르는 순간 방문이 덜컹 열리는데 선생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서너 명의 젊은 아가씨들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커다란 웃음보를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내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선생님을 불렀는데 대답은 없고 웬 낯모르는 아가씨들이 나를 보고 웃고 있지?”하였는데


그 순간 선생님께서 얼른 방에서 나와 토방으로 내려서더니 내 얼굴을 찬찬히 보시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가만있자~아! 이게 누구시더라~아!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누구일까~아!”하며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그렇지! 이제 생각났다! 그래! 자네 류~우 상진이지? 그렇지?”하시며 예전처럼 “핫~하~하~하~핫!”하시며 호탕하게 웃더니“어서 오게! 정말 반갑네! 안으로 들어가세 어서!”하며 방으로 안내하시는데 방안의 여자 손님들은 모두 일어서서 손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앉게! 이 아가씨들은 모두 내 외손녀들이야!” “선생님 절 받으세요!” “그래 고맙네! 더군다나 오늘은 특별한 날인데 자네가 찾아줘서 정말 기쁘네!”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면 어떤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그건 조금 있다 이야기하기로 하고 편히 앉게! 그래 지내기는 어떤가? 자네 얼굴을 보니 나이가 먹어 보이는구먼! 옛날에 내가 자네 담임을 맡고 있었을 때 혹시 서운하게 한 적은 없었는가? 만약에 서운하게 한 일이 있다면 이제는 모두 잊어버리게! 아시겠는가?”


“아닙니다. 그 시절 딱 한번 선생님께 매를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 무슨 기억인데?” “지금 그 친구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급우(級友)와 싸운 것 같았는데 선생님께서는 왜? 싸웠는가? 누가 잘못했는가? 는 묻지 않고 두 사람 모두에게 똑 같이 매를 때리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하였더니 ‘무엇을 잘못했느냐?’ 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저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또 다시 매를 때리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선생님! 잘못했습니다!’하였더니 이번에도 ‘무엇을 잘못했느냐?’ ‘친구와 싸운 것이 잘못되었습니다!’ ‘친구와 싸운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됐다!’하시고는 ‘생각해 보아라! 만약 네가 나쁜 애들과 싸운다면 누가 네 편을 들어주고 너를 말려주겠니? 바로 방금 싸웠던 그 친구 아니겠니? 그래서 급우는 마치 형제와 같은 사이인데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조그만 일로 서로 싸운다면 되겠니?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라! 알았지?’


하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오! 그런 일이 있었던가? 만약에 그때의 일이 서운했다면 이제는 다 잊어버리게!”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고 남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그래! 고맙네! 사실 내가 선생님이 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네! 내가 국민학교 6학년 시절 그때 나와 같은 학급에서 1~2등을 다투던 아이가 있었다네. 그런데 그 아이는 면장(面長)의 아들이고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네 그러던 어느 날 시험을 보았는데 그 아이의 점수는 백점이 나오고 내 점수는 98점이 나온 거야!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그 아이의 시험 답안을 슬쩍 보았는데 그 아이 시험 답안이 틀리고 내 시험 답안이 맞은 것 같아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시험지 몇 번째 문제는 제가 맞았습니다! 그런데 왜? 채점을 틀리게 하셨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갑자기 내 곁으로 오더니 ‘네까짓 게 무엇을 안다고 그래!’하며 내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야!


(다음 편에 계속)

 

 

 차 잎 따는 모습입니다.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대한다업 제2농장 09,05,07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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