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남자의 눈물

큰가방 2009. 8. 16. 07:56

 

남자의 눈물

 

오늘도 우편물을 배달하러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는 길. 무더운 여름 날씨가 계속되면서 도로 주변과 논두렁 밭두렁에는 사람 키 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성하게 자라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잡초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람의 손길 닿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조그만 참새 몇 마리가 잡초 덤불 사이에 매달려있는 조그만 열매를 쪼아 먹으려는 듯 '우르르' 몰려들더니 먹을 만한 것이 못되었는지 또 다시 떼를 지어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전남 보성 회천면 영천리 도강마을에 접어들었을 때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멀리 강원도 춘천 군부대에서 보내 온 장정 소포하나를 배달하려고 마을 가운데쯤 있는 집. 마당으로 들어가 오토바이 클랙슨을 '빵! 빵!'하고 울렸더니 뒤 곁에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얼른 달려 나오신 아주머니가 소포를 받아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들이 군(軍)에 입대에 했나요?" "..." "슬퍼하지 마세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녀와야 할 관문이니까요." "..." "얼마 있지 않으면 백일 휴가 받아 집에 올 테니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오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시고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 "이번에 군에 입대한 아들이 큰 아들인가요? 작은 아들인가요?" 하고 묻자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작은 아들이에요!" "그러면 큰 아들은 제대했나요?" "지난달에 제대했어요!" "큰아들 군대 갔을 때도 많이 우셨지요?" "그때도 많이 울었지요!"

 

"그러면 이번에는 작은 아들이니까 울지 마세요! 그리고 옷을 바라보며 우는 것도 아들에게는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울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옷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물론 그러시겠지요. 군대(軍隊) 간 아들이 보낸 옷을 보고 울지 않을 대한민국 어머니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지금은 군 복무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되었고 옛날에 비해 잠자리나 식사도 많이 좋아지고 기합도 별로 받지 않는다고 하데요!" "그런 것은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옷을 보니 눈물이 나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마당으로 들어오더니 "어! 우리 작은 아들 옷이 왔는 갑네! 요새 날씨도 더운디 고생 좀 하것구만!" "작은 아들 옷이 왔는데 슬프지 않으세요?" "슬프기는 뭣이 슬퍼~어! 남자는 군대를 갖다 와 부러야 남자 구실을 하는 것 인디 안 그래? 여보!" 하면서 살며시 부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니! 지금 부인께서 작은 아들 옷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계신데 그렇게 웃으면 되겠습니까?

 

빨리 부인에게 위로를 하셔야지요!" 하였더니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그라고 울지 말어! 인자 을마 안 있으문 씩씩한 군인이 되야 갖고 휴가 왔다고 '필승!' 하고 거수경례 붙이고 집에 올 것인디 그라고 울고 있으문 쓰것는가? 어서 옷 갖고 안으로 들어가소!" 하는 말에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소포를 가지고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살며시 아저씨에게 "군대 간 아들 옷이 왔는데 정말 기분이 좋아요?" 하였더니 "솔직히 말하문 기분이 좋으껏이요? 집 사람 앞에서 차마 눈물 보일 수는 없응께

 

무담시 너스레를 떨어 본 것이제! 류 형은 아들 군대 안 보내 봤소?" "왜? 나라고 아들 군대를 안 보내봤겠어요? 큰아들은 다행히 가까운 광주에서 군 생활을 마쳤는데 작은 아들은 강원도 홍천에서 옷을 보냈는데 집사람이 그걸 받아들고 아들 방으로 들어가더니 한나절이 지나도 나오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무얼 어떻게 해! 제발 그만하라고 달랬지! 그랬더니 집사람이 '왜? 남자들은 눈물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남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가슴으로 운다!' 고 대답했지요!"

 

 연일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고추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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