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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화

큰가방 2010. 2. 27. 18:20

 

세 번째 전화

 

우리민족 고유명절인 설이 지나고 나자 그동안 우리 집배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소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나 매달 납부해야하는 전화, 유선방송, 이동통신 요금고지서와 각종 카드 대금 청구서 등이 한꺼번에 쏟아 붓는 바람에 또 다시 집배원들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야하는데. 아침 시간 보성우체국 우편실에서 오늘 배달해야 할 우편물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을 때 영업과 창구 여직원이 "오늘 회천면 화죽리 담당이 누구세요?" 하고 물었다. "제가 담당인데 왜 그러세요?"

 

"어제 화죽리 서동마을 김영임 할머니께 소포하나 배달하셨지요? 그런데 그 소포를 다시 반품하신다고 하네요. 이따 들리셔서 다시 회수해오시고 요금은 착불입니다!" "예! 잘 알았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섰다. 그리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려가는데 때마침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몇 번을 넘어질듯 휘청거리며 겨우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하여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즐거운 하루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거그 편지 아저씨여?" 하며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그런데 누구세요?" "나~아? 여그 서동인디 어저께 우리 집 택배 한 개 갖고 왔제~잉?" "김영임 할머니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다른 것이 아니라 어지께 받은 소포 그냥 보내부러야 쓰것는디 연락 받었쓰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 우체국에서 택배 회수해오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택배는 그냥 집에 놔두세요! 이따 제가 지나가는 길에 가져갈게요!"

 

"그라문 돈을 을마나 줘야 되야?" "돈을 주다니요?" "아따~아! 택배를 보낼라문 돈을 줘야제 그냥 보내문 쓰간디!" "그건 착불이기 때문에 택배 발송하는 업체에서 나중에 계산하기로 되어 있어요." "아이고! 그라문 쓰간디 우리가 잘못해서 택배를 보냈는디 올 때 돈 물고 갈 때 돈 물고 그라문 안되제~에!" "할머니 말씀은 잘 알겠는데요. 그래도 저는 규정대로 해야 하니까 택배만 마루에 놓아두세요! 아시겠지요?" "그라문 돈을 물고 보낼라문 우추고 해야 되야?"

 

"그러면 택배 발송업체에 전화하셔서 요금을 할머니께서 지불하시겠다고 하시면 그쪽에서 알아서 할 거예요!" "그래~에! 잉! 알았어!"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행복한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팀장님! 여기 사무실인데요." "예!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침에 택배 회수하기로 한 김영임 할머니께서 요금을 부담하시겠다고 하는가 봐요! 그러니까 택배 회수하시면서 요금 4천원도 받아오세요! 아시겠지요?"

 

"예! 잘 알았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잠깐 시계를 보았더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를 향하여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지! 서둘지 않으면 오늘 해지기 전 우편물 배달이 끝나지 않겠는데!" 하며 이 집. 저 집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는데 또 다시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예! 류상진입니다." "여그 서동인디 편지 배달 양반이여?" 하며 영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그런데 누구세요?" "여그 서동마을 어지께 택배 받은 사람이여! 그란디 으째 택배를 가질러 안 오고 있는가?"

 

"어르신! 죄송합니다. 오늘은 배달 할 우편물이 엄청 많아 시간이 자꾸 늦어지고 있어요." "그라문 은제쯤 여그 올란가?" "혹시 어디 외출하시게요?" "요새 감자 씨 심느라 일은 바쁜디 오늘 자네 지달리다 하루 종일 일도 못하고 집에 있을랑께 애가 타져 죽것네!" "그러면 택배와 요금 4천원을 마루에 놓아두시고 다녀오세요. 제가 가져갈게요." "그라문 쓴단가? 그래도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인디 집을 비우문 안되제~에! 그나저나 나 바뻐서 그냥 놔두고 갈란께 자네가 알아서 가져가! 잉!"

 

우수가 지나고 춘분이 가까워지자 햇살도 한결 따스해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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