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바람이 범인이여!"

큰가방 2011. 3. 19. 17:20

 

바람이 범인이여!”

 

할머니 안녕하세요? 여기 우체국입니다.” “으디라고 우체국이라고? ~! 편지 아저씨구만 그란디 으짠일이여?” “오늘 할머니 댁에 택배가 두 개 왔네요!” “택배가 왔다고? 으디서 온 택밴디?” “하나는 서울에서 왔고 하나는 인천에서 왔는데요!” “우리 딸들이 내 생얼 돌아온다고 뭣을 사서 부친다고 전화 왔드만 얼렁도 와 부렇네! 그라문 택배가 을마나 큰가?” “하나는 라면박스 3개 합쳐놓은 것처럼 제법 큰데 하나는 작네요!” “그래~! 그라문 지금 우리 집에 올라고?”

 

지금은 갈 수 없어요! 아직 우편물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겠어요?” “그라문 은제 올라고?” “오후 3시쯤 배달해 드릴게요.” “그래 알았어! 그라문 그때 갖고 와! ! 여보세요! 은제 온다고 그랬어? 3시에 온다고? 그때 내가 으디를 나가야 쓴디 으째야 쓰까?” “그 시간에 밖에 나가신다고요? 그러면 대문 만 잠그지 말고 가세요. 택배는 엊그제 놓아둔 자리 있지요? 거기다 놔둘게요!” “대차 그라문 내가 읍어도 되것그만! ! 알았어!”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시골길을 천천히 달려가는데 엊그제부터 찾아온 봄을 시샘하는 꽃 샘 추위 때문인지 길가에 길게 늘어선 왕 벚꽃나무들이 강하게 불어대는 찬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오들오들 떨면서도 이제부터 시작될 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는지 가지마다 탐스러운 꽃눈이 조금씩 솟아나고 있었다. “금년에는 봄꽃들의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며칠씩 더 빨라진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는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생각해 보며

 

오전에 전화하였던 할머니 댁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대문을 당겨보았는데 굳게 잠겨져있었다. “이상하다! 왜 대문이 잠겨있지? 할머니께서 분명히 열어놓고 나가신다고 하셨는데!”하며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어디 가셨을까?”하며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아무리 신호가 가도 전화 받을 기미가 없다. “할머니께서 예전에 살던 집 짐정리를 하러 가신 것은 아닐까?”하고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 새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사셨던

 

집으로 향하였는데 그러나 그 곳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대문이 잠겨 있다고 해서 택배를 우체국으로 그냥 가져가 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부피가 큰 택배를 오토바이에 계속 싣고 다닐 수는 더더욱 힘든 일인데 평소에 할머니께서 자주 놀러 다니셨던 곳이 어디였을까? 그렇지! 마을 회관으로 가보면 알겠지?”하고 회관으로 들어서자 오늘도 여러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놀이를 하시다 나를 보고 우메! 오랜만에 우체국 아제가 오셨네!”하며 반기신다.

 

안녕하세요? 오늘 돈 제일 많이 따신 분은 누구세요?” “으째서 물어 봐?” “많이 따셨으면 개평 좀 달라고요.” “아이고! 10원 짜리 화투판에 돈을 따문 을마나 땃을 껏이여! 그냥 재미로 하는 일인디! 그란디 뭔일이여?” “혹시 정성임 할머니 안 오셨나요?” “정성임 할머니? 금방 여그 왔었는디 응! 인자 본께 2층에 가봐!” “2층에 또 누가 계시나요?” “오늘 읍()에서 에어로빈가 하는 강사가 와서 노인들 모아놓고 뭣 갈쳐주고 있응께 그리 가봐!” “그래요. 고맙습니다.”하고

 

2층으로 향하였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에어로빅 강사께서팔을 반드시 펴시고 위 아래로 올렸다 내립니다! ! 하나! ! ! ! 다섯! 여섯! 일곱! 여덟!”하더니 지금 밖에 우체국 아저씨가 와 계시네요. 누구를 찾아오셨나 봐요!” “정성임 할머니를 만나러왔는데요!”했더니 허겁지겁 밖으로 나오신 할머니 아제가 아까 전화했제? 그란디 사람들이 많은디 미안해갖고 받을 수가 있어야제! 내가 집이서 나옴시로 대문을 열어놓고 나왔는디 또 바람이 닫어 부렇는 갑구만! 내 잘못이 아니고 바람이 범인이여! 알았제!”

 

꽃샘 추위 속에서도 양지쪽의  매실나무 꽃은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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