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무 것도 없어요!"
“지금은 아무 것도 없어요!”
4월이 시작되면서 그렇게도 우리 곁을 떠나기 싫어하던 겨울바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취를 감추고 하늘에서 내리는 밝고 찬란한 태양 빛은 온 누리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도로에 길게 늘어선 왕 벚꽃나무에게 꽃을 피우라고 명령하였는지 엊그제부터 꽃망울을 조금씩 내밀고 있던 가지들이 지나가는 바람에게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데 짝을 이룬 산비둘기 두 마리는 나의 빨간 오토바이 소리에 놀랐는지 갑자기 높이 솟아올라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택배를 배달하기 위하여 나는 평소와 같이 우체국에 출근하여 어제 접수된 우편물을 정리하고 있을 때 순천 우편집중국을 출발한 우편차가 도착하여 많은 우편물을 내려놓고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배달할 택배를 정리하면서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쪽 수취인부터 전화하는데“안녕하세요! 우체국입니다. 택배가 하나있어 전화 드렸거든요! 오전 10시까지 배달해드리겠습니다. 그 시간에 집에서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저씨! 오늘 저의 가족이 결혼식이 있어 광주로 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지요?”
“그러면 보일러실의 문은 열어졌을까요?” “예! 열어놨어요!” “그러면 보일러실에 넣어두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래주시면 저희야 고맙지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지요!” “안녕하십니까? 우체국입니다. 오늘 택배가 하나있는데 오전 10시쯤 방문하면 되겠습니까?” “택배가 있다고요? 어디서 온 택배인가요?” “검정 비닐에 싸인 옷 같아 보이는데 혹시 물건 주문하셨습니까?”
“아~아! 그게 왔구나! 그런데 오늘은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요?” “그러면 보일러실은 열려있을까요?” “보일러실도 잠가놓았는데 혹시 미력면 쪽으로는 안 오시나요?” “미력면 쪽에도 저희 관할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보내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농공단지로 보내주세요!” “그런데 본인이 농공단지에서 근무하십니까?” “예! 제가 근무하고 있어요!”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그쪽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우체국입니다.
택배가 하나있어 전화 드렸는데 오전 10시까지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그 시간에 집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10시까지 오신다고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마친 다음 택배를 정리하여 주공아파트부터 배달을 시작하였다. ‘딩동!’ “누구세요?” “우체국입니다. 택배가지고 왔습니다.” “예~에! 토요일은 쉬는 날인데 오늘도 수고가 많으시네요!” “괜찮습니다. 택배는 도착 즉시 배달을 해야지 밀려 놓았다 월요일 날 한꺼번에 배달하려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리고 토요일이면 사람들이 집에 많이 계시니까 배달하기 편해서 좋아요!” “그래도 쉬는 날은 쉬셔야 하는데 아무튼 고맙습니다, 아저씨!”그리고 잠시 후 주공아파트 103동 3층에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 대답이 없다. “이상하다! 아까 전화했을 때는 집에서 기다리신다고 했는데!”하며 다시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에! 우체국입니다. 택배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오!”하는 초등학생 남자 어린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에? 아무도 없다고요? 그러면 지금 말씀하시는 분은 누구세요?” “저는 이 집 아들인데요.” “아들은 사람이 아니고 누구입니까?” “그것이 아니고요. 택배를 받으려면 도장이나 신분증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저에게는 아무 것도 없어 지금은 받을 수가 없어요!” “택배를 받는데 무슨 도장이나 신분증이 필요하답니까? 현관 문 만 열고 그냥 손으로 받으면 되는데요!” “정말 그래요?”하고 살며시 문을 열더니 “아저씨! 정말 도장이나 신분증이 없어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