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병원에 가셔야지요!"

큰가방 2011. 4. 9. 18:32

 

병원에 가셔야지요!”

 

4월 중순이 가까워지면서 봄의 화신(花神)은 밤에도 잠들지 않고 온 누리에 꽃을 피워나게 하였는지 노란 개나리와 수선화, 빨간 진달래와 하얀 매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왕 벚꽃 나무들이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며 지나가는 꿀벌들을 유혹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길가의 꽃 잔디에 살며시 내려앉더니 때 마침 쫄랑거리며 달려 나온 하얀 강아지의 ~!”짖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오늘은 토요일, 평소와 달리 택배만 배달하는 날이기 때문에 오전 9시경 순천 우편집중국에서 달려온 우편차가 내려놓은 택배를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섰다. 그리고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상율마을 맨 위쪽 할머니 댁 마당에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할머니! 어디계세요? 택배가지고 왔어요!”하였으나 대답이 없다. “할머니께서 그새 밭에 나가셨나? 그러면 택배를 안방에 넣어두고 가도 괜찮을까 모르겠네!”하며 다시 한 번

 

큰소리로 할머니! 저 왔어요! 어디계세요?”하였더니누구여? 누가 왔간디 그래싸~!”하며 방문을 열고 내다보신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어제도 택배가 하나 왔더니 오늘 또 한 개가 왔네요! 누가 맛있는 것 보낸다고 하던가요?” “어지께는 우리 딸이 내 옷 사갖고 보냈고 오늘은 우리 아들이 나 혼자 있다고 반찬해서 보낸다고 전화했드만 그것이 왔구만!” “그러면 기왕에 반찬해서 보내려면 맛있는 음식 좀 많이 해서 보내라고 하지 그러셨어요?”

 

아이고! 이라고 반찬 맨들어 보내 준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제 또 뭣을 해서 보내라고 하것어!” 그런데 가만히 할머니 얼굴을 보니 어디가 많이 편찮으신 것처럼 보인다. “할머니 얼굴이 어제보다 더 부으신 것 같아 보이네요!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 “금메 감기가 올라고 그란가 으짠가 이상하게 몸이 으실으실 춥고 그라네!” “그러면 약은 드셨어요?” “아이고! 누가 약 사다 줄 사람이 있어야제 지어다 묵든지 말든지 하제!”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금메! 병원에를 잔 가보문 쓰것는디 여그서 거그까지 갈라문 너무 멀어 걸어서는 못 간께 이래야 쓸란가 저래야 쓸란가 꺽정이여!” “하긴 여기서 의원(醫院)까지 약 2km는 걸으셔야 하는데 할머니의 아픈 몸으로는 무리겠지요. 그래도 병원에는 가 보셔야지 그렇게 혼자 앓고 계시다 아주 더 큰 병() 생기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러면 방은 따뜻한가요?” “방은 아까 내가 불을 따땃하게 때서 괜찬한디 으째 이라고 몸이 안 좋은가 모르것서! 내가 평소에도 심장이 발닥발닥 뛰어싼께 약을 묵고 있는디

 

그 약에다 다른 약을 서커 묵어도 괜찮하까?” “그것은 의사 선생님들이 판단하셔야 될 일이지 저는 잘 몰라요! 그런데 병원에 가시려면 빨리 서둘러야 하겠는데요!” “으째 서둘러라 그래싸?” “오늘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오후 1시가 되면 문을 닫거든요. 그러니까 문 닫기 전에 가 보셔야지 문 닫은 다음에 가시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우메! 그라고 본께 오늘이 토요일이여? 그라문 으째야 쓰까?” “제가 차가 있으면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면 좋겠는데 오토바이 밖에 없으니 우선 택시라도 불러 타고 가셔야지

 

거기까지 걸어가시고 나면 병원 끝나겠는데요!” “그래 잉!” “그럼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밥맛도 징하게 읍는디 그래도 안 묵으문 안 되것기래 할 수 없이 한 숟구락 떠 묵었어!” “잘하셨네요! 몸이 안 좋다고 밥까지 안 드시면 몸에 더 해로우니까 식사는 거르지 마시고 꼭 드세요! 그런데 제가 택시를 불러드릴까요?” “아니 놔둬!” “왜요?” “쪼깐있다가 정신 잔 채려갖고 병원에를 가든지 말든지 해야제 지금 이래 갖고 병원을 우추고 가것어! 그나저나 우체국 아제! 생각해 줘서 참말로 고맙소! !”  

 

 

 

봄은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와 수 많은 예쁜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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