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좋은 이웃들

큰가방 2011. 4. 16. 17:55

 

좋은 이웃들

 

이른 아침 집 뒤쪽 대()숲에서 맑고 고운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대숲을 바라보며매년 봄이면 잊지 않고 찾아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합창하는 너희들은 누구니?”하였으나 아무 대답 없이 더 큰소리로 뽐내듯 노래를 부르자 때마침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하얀 매실, 노란 개나리, 빨간 진달래꽃을 흔들어 깨우며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시골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는 길.

 

내가 전남 보성 회천면 서당리 원서당마을에 접어들어 마을 중간쯤에 살고 있는 할머니 댁에 등기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마당으로 들어서며 할머니! 어디계세요? 편지 왔네요!”하고 큰소리로 외치자 감자를 심어놓은 넓은 텃밭에서 길게 쳐진 검정비닐을 걷어 잡초를 매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 여깃어! 그란디 뭐시 왔다고?” “보성군청에서 등기 편지를 보냈네요!” “군청에서 등기를 보냈다고? 뭣을 보냈으까? 나한테 보낼 것이 읍는디!”하며

 

머리가 땅에 닿을 듯 90도로 허리를 숙인 할머니께서 급하게 감자밭에서 나오고 계시는데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로워 보여그렇게 급하게 나오시다 넘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천천히 나오세요! 차라리 편지를 여기 두고 갈까요?”하였더니 그라문 안 되야! 그것이 뭣인가 봐주고 가야제! 그냥 가 불문 쓰간디!”하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아이고! 심들어 죽것네!”하신다. “농사는 이제 그만 지으셔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면서죽것다! 살것다!’하세요?”

 

금메 그것을 생각하문 그란디 또 째깐한 텃밭이라도 땅이 놀고 있응께 카만이 놔 두문 뭣하껏이여? 성가셔도 내가 쪼끔 꼼지락 거리문 그래도 감자도 캐고 쪽파도 심거서 폴고 그라제! 카만히 앙거 있으문 심심한께 그것이라도 해야제! 그란디 군청에서 으짠다고 등기를 보냈어? 으디 잔 뜯어봐! 내가 글을 모른께 아저씨가 가 불문 또 딴 사람한테 물어 보로 가야 쓴께 미안해도 할 수 없어!” “지난번에 종합병원에 입원한 적 있으세요?” “! 그때 밭에서 일하고

 

오다 자빠져갖고 금방 죽는지 알았어! 그래갖고 급하게 병원에 갔는디 앞으로 자빠져서 갈비뼈가 뿌러졌다 그라데! 그라드니 갑자기 배가 아퍼 죽것어! 그라드니 갈비뼈가 눌러 갖고 위가 터졌다고 그라든가 하여튼 뭣이 터졌다고 수술해야 쓴다고 그래갖고 솔찬히 병원에 오래 있다 왔어!” “그러면 병원비는 할머니께서 지불하셨나요?” “아니여! 군청에서 알아서 한다고 그냥 가라 그라데!” “저는 이상하게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군청에서는 할머니께서 어떻게 다치셨는지 잘 모르지 않아요! 그래서 병원에 다시 가셔서 그때 치료를 담당하셨던 의사 선생님께 어떻게 다치셨는지 설명을 하면 확인서를 떼어주거든요. 그것을 가지고 군청에 제출하셔야 되나 봐요!” “그것을 뭣 할라고 바치라고 그라까?” “할머니는 의료보호 대상자시니까 수술을 받으셨으니 병원비가 많이 나왔겠지요? 그런데 군청에서 그 많은 돈을 함부로 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 그라문 낼 병원에 주사 맞으로 감서 아조 일을 보고 와야 쓰것구만!” “그런데 그때 넘어지셨을 때 누가 옆에 있었나요?” “있기는 누가 있것서!” “그러면 어떻게 병원에 가셨어요?” “아이고! 사람 살려라! 소리를 질렀제! 그랬드니 유제(이웃) 사람들이 와서 으따가 전화를 걸드만 불이 빤닥빤닥하고 댕긴 차가 금방왔는디 이쁜 처녀하고 젊은 청년하고 둘이 왔데!” “그러면 마을 사람들하고 119 구조대가 할머니를 살린거네요?” “그랬제~! 유제가 읍으문 늙은이 혼자 우추고 살것서?” 

 

봄은 늘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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