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넘어진 오토바이

큰가방 2011. 12. 11. 09:21

넘어진 오토바이

 

전남 보성 회천면 율포리 조그만 구멍가게에 약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택배를 한 개 배달하려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마을의 영감님 몇 분이 낮 술 마시다 나를 보고 “왔다~아! 날씨가 추와지고 있는디 고상해 쌓네! 이루와서 소주 한잔만 하고 가소!”하신다.

 

“어르신 성의는 고맙습니다. 만 근무 중이라 술은 안 되거든요.” “아무리 그란다고 술 한 잔도 안 되야?” “한잔이라도 술은 술이거든요.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큰일 아닙니까?”

“자네 말이 맞네!”하시는데 영감님 한분이 “어야! 엊그저께는 참말로 고마왔어! 내가 은제 자네 시간 있을 때 술 한 잔 대접할라네!”하시더니 주위의 영감님들께 “저 사람이 나를 살렸단께!”하며 빙긋이 웃으신다.

 

그러니까 약 보름 전 회천면 영천리 왕복 약 15km쯤 외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녹차 농장에 우편물을 배달하려고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부지런히 봇재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무심히 건너편 버스 승강장을 바라보았는데 검정색 소형 오토바이가 넘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왜 저기에 오토바이가 넘어져있지?”하며 가던 길을 멈추고 자세히 보았더니 앞뒤 바퀴사이에 사람의 발이 보인다.

 

“큰일 났다. 사고가 났나보다!”하고 얼른 오토바이를 돌려 승강장 쪽으로 다가서자 “아이고~오!”하는 소리가 들려 곁으로 다가섰더니 뒤에 짐을 실은 오토바이가 영감님 쪽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앞 뒤 바퀴사이에 발이 끼어 일어서지 못하고 깔려있었다.

그래서 얼른 오토바이를 세우고 영감님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운 다음 “어르신 어디 다친 데는 없으세요? 많이 다치셨으면 119를 불러드릴까요?”물었더니 “나는 괜찬해! 그란디 오토바이는 으디 고장 안 났으까?”걱정부터 하신다.

 

“아니 지금 무슨 걱정을 하세요? 어르신 몸부터 살피셔야지요!” “나는 괜찬하단께!” “그런데 어쩌다 넘어지셨어요?” “집사람이 낼 모레 애기들 온다고 읍(邑)에 가서 장을 잔 봐오라고 해서 시장에 가서 뭣을 잔 사갖고 온디 우리 집이 징허게 멀데!

그래서 여그 승강장에서 쪼깐 쉬었다 갈라고 오토바이를 세운디 써글 것이 나 한테 자빠져부네 그래 갖고 깔려 있었는디 마침 자네가 와서 참말로 다행이구만!”하시며 투덜대신다.

 

“어르신 다음에 오토바이 뒤에 물건을 실으실 때는 단단하게 묶으셔야 해요. 지금 뒤에 실려 있는 보따리에 식용유. 설탕. 밀가루. 당면까지 무게가 상당한데 잘못 묶으시면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넘어지도록 되어 있어요. 아시겠지요?”하며 뒤쪽에 있는 짐을 풀어 다시 단단하게 묶은 다음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더니“주인님! 잠시 동안 힘들게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듯“부르릉”하며 경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르신 이제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한쪽으로 조심해서 천천히 가세요.”

“고맙네! 참말로 고마워!”하며 빙긋이 웃었는데 또 다시 그때의 생각이 나셨던 것 일까?

 

 

"올해는 낙지가 마니 잽힐란가 몰르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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