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이름
시어머니 이름
오전 9시 순천 우편집중국에서 도착한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던 중 ‘전남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 원영천 마을 이일삼 귀하’라고 적혀진 택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다! 원영천마을에는 이일삼이라는 사람은 없는데 이일남 씨를 잘못 적었을까?”하고 있는데 동료직원이 “무엇을 그렇게 들어다보고 계세요?”하고 묻는다. “원영천 마을에 이일삼이라는 이름 혹시 들어 본 적 있는가?”
“글쎄요! 제 생각에는 이일남씨를 잘못 적은 것 같은데 전화를 한번 해보시지 그러세요!” “전화번호가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게 없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가져가서 할머니께 여쭤봐야지 어서 준비하고 나가세!”
그리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가는데 2월에 접어들어 농촌의 들판에는 많은 농부들과 아낙들이 넓은 밭에 퇴비를 뿌리고 커다란 트랙터로 로터리를 친 다음 6월에 수확할 봄 감자 씨를 추위에 얼지 않도록 깊게 심고 검정 비닐을 씌우는 등 감자 종자 파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후 4시쯤 전남 보성 회천면 도당마을에 접어들자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혹시 원영천마을 담당 집배원 아저씬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제 이일삼씨에게 택배를 보냈는데 도착하였나요?”
“도착은 했는데 혹시 받을 사람 이름을 잘 못쓰신 것 아닌가요?”
“사실은 그것 때문에 전화 드렸어요. 저의 시어머니 성함이 이일남씨인데 택배를 제가 보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보냈는데 그분께서 이름을 이일삼씨라고 잘못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볼펜 있으시면 이름을 고쳐서 배달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습니까?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름만 고치면 되겠지요?” “혹시 저의 시어머니를 만나시면 안부랑 함께 전해주시면 더 좋구요.” “잘 알았습니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이름을 바꾸려고 택배를 꺼냈는데 이름이 적어진 곳을 투명테이프로 붙여 놓은 바람에 아무리 볼펜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해도 다시 지워져버려 도저히 바꿀 수가 없었다.
“하필 이름 써진 곳에 테이프를 붙여놓으면 어떻게 하나?” 혼자 중얼 거리며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섰는데 “아이고! 우리 편지 아제가 오셨네! 설이랑 잘 쇠시고? 오늘은 뭣을 갖고 왔어?”하고 반기신다.
“며느리가 택배를 보냈는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보냈나 봐요. 그런데 그분이 이름을 이일삼이라고 잘 못써서 보냈다고 이름을 고쳐서 배달해 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아무리 해도 고칠 수가 없네요. 그래서 그냥 가져왔으니 혹시 며느리에게 전화 오면 그냥 ‘잘 받았다!’고 하세요!”
“그랬어? 이일삼이나 이일남이나 내가 택배를 받으면 되었제 그것이 뭔 소용이 있어?” “그리고 시어머니께 안부도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아이고! 우리 며느리는 으째 그라고 하는 것도 이쁜 짓만 하는가 몰르것어? 시엄씨 안부 좀 안 물어보문 으짠다고 기연히 전화를 해 갖고 그른 것을 다 물어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전남 보성 회천면 군학마을에서 바라 본 고흥군입니다. (2012년 2월 2일 폰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