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
아들과 딸
엊그제 내려진 강풍주의보는 모두 해제되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바람은 강하게 불어대고 있는데 시골길 양지쪽에 울타리처럼 길게 늘어선 개나리는 밝은 햇살아래 흐드러지게 노란 꽃을 피우고 오가는 길손을 반기고 있었다.
“엊그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불면서 많은 피해를 나게 했던 그 바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혼자 중얼거리며
전남 보성 회천면 용산마을 첫 번째 집 마당으로 들어가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조그만 택배 하나를 꺼내 “어르신! 어디계세요?”큰소리로 부르자.
“누군가?”하며 영감님께서 집 아래 비닐하우스에서 달려오신다. “안녕하셨어요? 엊그제 바람 때문에 피해는 안 보셨어요?” “바람이 그라고 불어 제낀디 으째 피해를 안 보것는가? 그래도 다행히 다른 사람들 보다 큰 피해는 읍응께 괜찬하시!”
“그러면 누가 피해를 많이 보셨는데요?”묻자 손가락으로 건너편을 가르치며
“나는 바람이 마니 불기래 하우스 비니루를 낫으로 전부다 찟어 부렇는디 저쪽은 그대로 세워 논께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넘어가는 바람에 오늘 사람들 불러서 손 보고 있는 갑구만! 저라문 돈도 많이 들어가고 그라제~에!”하며 안타까운 표정이시다.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바람이 그렇게 강하게 불어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도 사람 다치지 않고 저만하기를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요!”
“그란께 말이시 나도 수 십 년을 살았제만 그라고 바람 부는 것은 첨이시!”
“그러게요. 오늘은 부산에서 택배가 하나왔네요. 누가 무엇을 보낸다고 하던가요?” “응! 우리 큰 딸이 낼 모레 우리 동네서 관광차 불러갖고 놀러간다고 그랬드니 화장품 사서 보냈다고 전화왔드만 얼렁도 와부네!”하신다.
“기왕이면 이제 봄도 되고 하였으니 옷을 보내달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옷은 우리 작은 딸이 보내준다고 그라데!” “그랬어요? 그러면 여행 다녀오시려면 용돈도 있어야 할 텐데요!”
“용돈은 우리 막내딸이 보내 주껏이여! 즈그끼리 뭔 약속을 했다고 그라드만!”
“잘하셨네요. 그러면 큰딸이 보내준 화장품으로 예쁘게 화장하고 작은딸이 보내준 봄옷입고 막내딸이 보내준 용돈을 가지고 여행 다녀오시면 이제 준비는 모두 다 끝난 거네요!”
“자네 말을 들어본께 그런 것 같기도 하네!”하며 싱글벙글 이시다.
“그러면 아드님은 무엇을 보내준다고 하던가요?”하고 묻는 순간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바뀌신 영감님“우리 아들? 아이고! 써글 노미 내가 으디를 간다 그래도 생전 뭣 보내준 적이 한 번도 읍어!”
“정말요? 그럴 리가요?” “그러면서도 뭣을 뜯어갈라고는 또 잘 해!” “그러면 아드님께 여행 다녀오신다는 이야기는 해 보셨어요?” “몰라! 그런 것은 우리 집 사람이 알아서 한께! 그라고 내가 자석들한테 뭔 소리나 하것든가?”
“그러면 혹시 할머니께서 며느리에게 놀러간다는 이야기를 안 하신 것은 아닐까요?” “그것은 내가 잘 모르제~에!”
“그러면 조금 더 기다려 보세요! 아마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나도 그랬으문 좋것는디!”하는 영감님의 얼굴은 무언가 허전하다는 표정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은 지금 어디를 가는 중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