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만 빌려주세요!"
“천원만 빌려주세요!”
오늘도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 빛은 마치 살갗이 타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렬한데 시골마을을 이어주는 도로가의 이름 모를 꽃 사이를 어디서 날아왔는지
검정 바탕에 하얀색 동그란 점을 가진 예쁜 나비 한 마리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니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오후 5시 30분쯤 우편물 배달을 모두 마치고 천천히 우체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도중 회천면 율포리 면 소재지 삼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시골마을을 이어주는 간이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중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나를 보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아저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여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그래 안녕! 이제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거냐? 날씨도 무더운데 고생이 많구나!” 하고 빙긋이 웃었더니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변하더니 “저~어! 아저씨! 그런데요. 혹시 천 원짜리 하나 있으세요?”하고 묻는다.
“왜? 천 원은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데?”
“제가요 집에서 나올 때는 돈이 2천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학교 끝나고 나와 보니 날씨가 너무 덥고 그래서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어요.
그리고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타려는데 주머니를 뒤져보니까 천 원짜리가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천원만 빌려주세요.”
“나에게 천 원짜리가 있기는 있는데 네가 빌려 가면 언제 갚을지 알아야 내가 빌려주지!” “다음에 제가요! 아저씨 만나면 꼭 갚을게요!”
“정말로 나를 만나면 천 원 갚을 수 있겠니?” 하고 다시 한 번 물었더니 여학생은 무엇인가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더니
“정말로 갚아드릴게요!”대답한다. 그래서 호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하나를 꺼내 여학생에게 주면서 “자~아! 여기 있다! 천 원!” 하였더니
여학생은 갑자기 매우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변하더니 “아저씨! 그런데요 천 원 언제 갚을지 몰라요!” 한다. 그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아니! 왜? 언제 갚을지 모른다는 거냐?”
“제가요! 아저씨를 언제 또 만날지도 모르고요! 또 음! 혹시 아저씨를 만나더라도 제가 천 원짜리가 없으면 갚을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또 음! 그러다가 아저씨 얼굴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갚을 수가 있겠어요?”한다.
“그러면 천 원을 빌려줄 수 없는데 어떻게 하지?”하였더니 “아저씨~이! 그래도 천원만 빌려주세요!”하여 “그래 알았으니 천원 갚지 말고 너 그냥 쓰거라!” 하였더니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면서 그때서야 여학생은 또 다시 빙그레 웃는다.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천 원짜리 하나를 빌리고는 언제 갚을 줄을 몰라 미안해하는 여학생의 솔직하면서도 예쁜 마음씨가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하였다.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커먼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시골 집 마당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연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