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영감님의 치매

큰가방 2012. 8. 4. 19:16

 

영감님의 치매

 

“오늘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낮 최고 기온이 33도에서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오니

야외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비를 철저히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는 기상청 발표 일기예보를 들으며 “오늘은 또 얼마나 무더운 하루가 될까?”생각해 본다.

 

전남 보성 회천면 원서당에 접어들어 마을의 가운데쯤을 지나고 있을 때 약 한 달 전쯤 파자마 위에 팬티 두 장을 걸쳐 입고 이상한 샤쓰를 입은 채 이집 저집으로 배회하는 것을 보고 “어르신! 왜 집집마다 돌아다니세요?”하고 물었더니 “우리 집이 아니여!”하시기에 집까지 모셔다 드린 적이 있는 치매를 앓고 계시는 영감님께서 전봇대에 한손을 기대고 서 계셨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그런데 날씨가 무더운데 왜 그러고 서 계세요?”하고 물었으나 아무 대답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 “어르신! 빨리 집으로 들어가세요! 이렇게 날씨가 무더운 날에는 밖에 계시는 것도 안 좋아요! 아시겠지요?” 하였더니

 

“이~잉! 알았어!”하는 것을 보고 마을 위쪽에 우편물을 배달하고 내려오는데 이번에는 전봇대를 두 손으로 꼭 부둥켜안고 계시더니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아이고! 사람 살려~어!”고함을 치시기에 깜빡 놀라 얼른 빨간 오토바이를 한쪽에 세우고

 

“어르신!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묻자 “뚜구와! 너머나 뚜구와서 나 죽것네~에!”하신다. “어디가 뜨거우신데요?” “손도 뚜겁고. 발도 뚜겁고. 가슴도 뜨겁고. 머리도 뚜겁고. 아이고~오! 나 죽네~에!”

“어르시~인! 이렇게 무더운 날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전봇대를 끌어안고 계시니까 그렇지요! 어서 손을 놓으세요! 어서요~오!” “아이고~오! 안 돼야!”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손을 노문 내가 자빠져분께 안 돼야!”

 

“그러면 제가 이렇게 손을 잡아드릴 테니 어서 전봇대에서 손을 놓으세요!”하고 영감님 두 손을 가만히 잡았더니 손을 떼어 내게 기대는 듯하더니 “아이고~오! 뜨구와! 사람 죽것네~에!”하신다. “또 어디가 뜨거우신데요?” “발이 뚜구와! 발이!”하셔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더니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다.

 

“어르신 저에게 업히세요!”하고 영감님을 업으려고 하였으나 도저히 업을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생각하다. 가까운 곳이니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싶어 영감님의 손을 잡고 “어르신! 저하고 집으로 가시게요!”하고 발걸음을 떼려는데 “아이고~오! 뜨겁네~에!”하고 연신 소리를 지르신다.

 

그래서 그늘 쪽으로 천천히 안내를 하여 겨우 마당으로 들어서자 “잉! 인자 우리집이구만! 다 왔네!”하더니 갑자기“경태야! 경태야~아!”하고 아들을 부르기 시작한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데 왜 아들을 부르세요?”

“아니여! 금방까지 있었는디 대답을 안 하네! 경태야! 경태야!” “아드님은 엊그제 다녀가셨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부르세요?” “아니여! 금방까지 집이 있었는디 그래!”하며 한사코 아들 이름을 부르신다.

 

“어르신! 지금은 집에 아무도 안 계시나 봐요! 그러니까 방으로 들어가시고요. 요즘은 날이 굉장히 뜨거우니까 할머니께서 오시도록 까지 절대 밖에는 나오지 마세요! 아시겠지요?”하고

당부를 한 뒤 밖으로 나오면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왜 이렇게 병마(病魔)가 찾아오는 것일까?’생각해 보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경태야! 경태야! 으째 대답을 안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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