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반으로 나누자고 해야제!"

큰가방 2012. 9. 9. 09:49

 

"반으로 나누자고 해야제!”

 

8월 하순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하늘에서 쏟아 붓는 열기는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고 더욱 더 강렬해지면서 마치 뜨거운 한증막에 들어선 느낌이 들 정도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자나무 꼭대기서 들려오는 매미의 쓰르라미만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고 있었다.

 

전남 보성 회천면 장목마을 세 번째 집에 현금등기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창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부채로 무더위를 쫓고 계신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렇게 무더운 날 선풍기를 돌리시지 왜 부채를 부치고 계세요?”하고 묻자 활짝 웃는 얼굴로 “아이고! 날씨도 징하게 더운디 고상해 쌓네~에! 얼렁 이루와 잔 앙거 봐! 내가 선풍기 갖고 오꺼인께!”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급히 방으로 들어가더니 선풍기를 꺼내 오신다.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어르신은 어디 나가셨나요?” “날이 하다 더운께 으디 시원한데로 갈란다고 그라드만 노인당에 갔는가? 동네 누구 집으로 갔는가 몰라!”

“그럼 할머니도 함께 따라가시지 그러셨어요?” “아이고! 날 더우문 집이 카만히 앙거있으문 되제 멋하로 돌아댕게! 그란디 우리 집이 머시 와쓰까?”

 

“오늘이 할머니 생신이지요?”하고 묻자 갑자기 의아한 얼굴로 변하더니 “그것을 우추고 알았어?” “서울 김기동 씨가 누구세요?” “우리 세째 아들인디!” “셋째 아드님이 어머니 생신 축하드린다고 카드와 돈을 보내셨네요.”

“그래~에! 엊그저께 왔다 갈란다고 글드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게 갖고 못 온다고 전화 왔드니 돈을 보냈구만!” “그럼 할머니 주민등록증을 가져오시겠어요?”

 

하고 현금수령증을 기재하면서 “김기재 씨는 누구세요?” “우리 큰아들!” “큰 아드님이 2십 만원을 보내셨네요. 그런데 이 돈은 어디에 쓰실 거예요?”

“내 생일이라고 돈을 보냈응께 영감한테 십 만원씩 나누자고 해야제!” “왜? 돈을 나누세요? 할머니 생일 선물로 왔으니 혼자 다 가지셔도 되는데요.”

 

“그라문 안 돼야! 혼자 다 가져불문 쓰간디!” “그런데 셋째 아드님은 15만원을 보내셨는데 이 돈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것도 영감하고 나누자고 해야제!”

“그런데 15만원을 절반으로 나누려면 7만 5천 원씩 나눠야하는데 그러지 마시고 할머니가 10만원 어르신이 5만원으로 나누면 안 될까요?” “그래도 될란가 몰르것네! 그란디 우리영감이 그라고 해 주까?”

 

“혹시 돈 때문에 싸움 나면 제가 말리러 올 테니 할머니가 10만원 갖겠다고 해 보세요.” “참말로 아제가 싸움나문 우리 집이 오꺼여?”

“정말이라니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10만원 달라고 하세요.” “그란디 내가 돈이 을마나 필요하것서? 우리 영감이 배깥으로 출타 함시로 친구들하고 술도 한잔씩 자시고 할라문 돈이 필요하제만 나는 집이서만 있응께 쓸 일이 별로 읍서!”하더니

 

“아제 시원하니 자시라고 뭣을 잔 주문 쓰것구만 노인들만 살다본께 암껏도 읍는디 써운해서 으짜까?”하시며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신다.

 

"나는 집이서만 있응께 돈 쓸 일이 별로 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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