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TV와 휴대폰

큰가방 2013. 3. 2. 16:19

 

TV와 휴대폰

 

오늘 배달할 택배를 정리하고 있는데 ‘회천면 율포리 798번지 김학봉 귀하’라고 주소가 적힌 조그만 택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김학봉 씨라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누구일까?” 하고 전화를 걸어보려고 하였으나 번호가 적혀있지 않다.

“왜 전화번호를 적어놓지 않았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생각하다 그냥 해당 번지에서 묻기로 하고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섰다.

 

그리고 회천우체국 앞에 차를 세웠는데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분이 다가오더니 “오늘 혹시 김학봉 앞으로 조그만 택배 하나 도착한 게 없나요?”하고 묻는다.

“김학봉 씨 본인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생님 성함을 오늘 처음 들어서 누구일까? 상당히 궁금했거든요. 댁이 어디십니까?”하고 묻자

 

우체국 옆 골목길을 가르치며 “여기 위쪽으로 올라가면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 있지 않습니까? 그쪽으로 첫 번째 집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혹시 김영님 할머니 아드님이신가요?” “아닙니다. 원래 할머니 댁이 저의 집인데 가까운 친척인데다 오갈 곳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제가 부산으로 발령을 받아 그쪽으로 가게 되어서 그냥 집이나 돌보고 사시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부산에서 오래 생활했는데 가끔씩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여기는 마치 객지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을 돌 볼 사람이 없어 할 수 없이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가족들이랑 함께 오셨나요?” “아니요. 저만 그냥 혼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정년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있지만 저의 집 사람과 가족들은 아직 직장에 있기 때문에 같이 올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셨어요. 그러면 이사하고 나서 혹시 애로사항은 없던가요?”

 

“여기로 이사를 오자마자 집에 TV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한 대를 구입했는데 안테나가 없으니 그냥 시청은 안 되고 그래서 유선방송에 부탁했는데 3일 만에 선을 연결해 주더라고요. 얼마나 답답했던 지요.

실제로 매일 별 생각도 없이 봐왔던 TV도 나오질 않으니까 얼마나 불편한지 참! 제가 생각해도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허! 허! 헛!”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정말 그러셨겠네요. 저도 가끔 집에 있을 때 TV를 켜지 않고 있을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왠지 모르게 무언가 허전한 것 같더라고요.”

“정말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도착한 이것 안 있습니까? 이게 휴대폰이거든요. 이게 지금 일주일 만에 제 손으로 돌아온 것인데 이게 없으니 또 얼마나 답답하던 지요! 허! 허! 헛!”

 

“그러면 이쪽으로 오시면서 집에 휴대폰을 놔두고 오셨나요?” “어쩌다 보니 휴대폰이 고장이 났더라고요. 그래서 수리를 맡기고 그냥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니까 친구들에게 전화도 올 것 같고 또 모임에서 문자도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휴대폰 생각이 그렇게 간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딸에게 전화해서 빨리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어제 오후에 보냈다던데 도착했으니 이제부터는 휴대폰 걱정을 하지 않아 좋겠네요.”

 

 

언제부터인가 TV와 휴대폰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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