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옛것이 좋아!

큰가방 2013. 3. 9. 17:58

옛것이 좋아!

 

전남 보성읍 빗가리마을 위쪽 집 마당으로 들어서며 오토바이로 ‘빵! 빵!’소리를 내자 할머니께서 마당 한 쪽에서 바퀴가 두 개 달린 조그맣고 노란 손수레에 제재소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이는 나무 조각을 싣고 계시다 환하게 웃으신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우체국 아제구만! 그란디 오늘은 뭣을 갖고 왔어?”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왔네요.”

“그래~에! 돈 내라는 것은 이져불도 안하고 때 마쳐서 꼭 꼭 잘 나오그만 잉! 그란디 을마나 나와쓰가?” “2만 4천 5백 원이 나왔네요.” “이달에는 정기를 을마 안 쓴 것 같은디 마니도 나왔네!”

 

“이번 달에는 날씨가 춥고 그러니까 더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나는 정기를 별로 쓸 일이 읍는디 그래!” “혹시 전기장판 사용하지 않으세요?” “전기장판? 그것은 낮에 쬐깐 쓰고 밤에도 추울 때만 썻는디 그라고 마니 나와부러?”

 

“그래도 사용하셨으니까 나오지 쓰지 않은 전기요금을 한전에서 절대 많이 내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 나무는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이 나무 말이여? 이것은 우리 아들이 쩌그 건지매 나무 짜른디서 사 갖고 왔다 그라데!” “그런데 어디에 쓰려고 옮기고 계세요?” “저녁이문 불을 때야 잠을 자제 불을 안 때문 추와서 우추고 자껏이여?”

 

“그러면 집에 보일러는 없나요?” “지름 보일라? 그런 것은 읍서! 그랑께 그냥 나무 때고 살아!” “그러면 연탄보일라라도 사용하시지 불편해서 어떻게 해요?” “그것은 우리 아들이 해 줘야 된디 암만해도 안 해준디 우추고 하껏이여! 그랑께 그냥 나무 때고 있어!”하며 빙그레 웃으신다.

 

“그러면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지피시려면 귀찮지 않나요?” “으째 안 성거시껏이여? 그란디 나는 지름 보일라 보다 나무가 더 좋드랑께!”“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우리 집이 지름 보일라도 있기는 있어! 그란디 요새 지름 갑이 징하게 비싸드만 그래갖고 한 도라무를 갖다 너문 돈을 2십 7만원이나 주라 그란디 그것 너 갖고 한두 달 때고 나문 읍서져 불드란께 그라고 정기세는 또 정기세대로 나온께 돈이 너머 마니 들어가서 안되것서!”

 

“그러면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면 더 편리하실 텐데요.” “그란디 연탄은 때 마쳐서 갈아야 되고 또 가스가 올라온께 냄새가 징해서 못 살것서! 그라고 크나큰 집에 나 혼자 있는디 이방 저 방에 불을 때 봐야 소용도 읍고 그랑께 그냥 나무를 때문 좋드란께!”

 

“그러면 아궁이에 불은 하루에 몇 번이나 넣으시는데요?” “아침에 한부삭 때문 낮에 까지는 따땃하고 그라고 춥고 그라문 정기장판 째깐 쓰고 저녁 때 또 한부삭 불 때문 새복까지는 따땃한께 하루에 두 번씩만 때문 되야!”

“그러면 할머니께서 혼자 사용하는 방이 따로 있나요?” “불을 때문 나 혼자 쓰제 또 누가 쓸 사람이나 있것서? 그라고 혹시 애기들이나 오고 그라문 방에 보일라 틀어 놓고 ‘그리 가서 놀아라!’하문 된께 나무가 지름 보다 훨씬 돈이 작게 들드랑께!”

 

“그러면 지금 불을 때고 있는 방은 옛날처럼 아궁이로 되어 있나요?” “옛날에 지름 보일라 놀 때 그 방도 업앨라고 그랬는디 생각해 본께 안되것드랑께! 그래서 아들 보고 ‘그 방은 그냥 놔둬라!’그랬는디 지금 이라고 불을 땔 수 있응께 을마나 조아? 그랑께 옛날 껏이 좋기는 조은 갑서!”

 

"지름이 너머나 비싼께 나무를 때문 따숩고 좋으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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