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에좋은 약?
변비에 좋은 약?
전남 보성읍 노산마을 가운데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금방 삶았는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가 검정 플라스틱 바구니에 예쁘게 누워있고 집 한쪽에 걸려있는 한뎃솥에 할머니께서 불을 때고 계시다 매운 연기 때문인지 연신 눈물을 닦으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우메! 방가운 아제가 오겠네!”하며 반기신다.
“오늘은 할머니 댁 전화요금이 나왔네요.” “그새 전화세 나올 때가 되얏서?” “그러게요. 세월 정말 빠르지요?” “그랑께 말이여! 으째 그라고 내란 것은 빠지도 안하고 때가 되문 잘 나와싼고.”
“그런데 오늘은 웬 고구마를 이렇게 많이 삶고 계세요?” “인자 날이 째깐씩 따땃해진께 진감자가 썩을라고 그란당께! 그랑께 썩기 전에 쌀마서 몰려 놀라고!” “왜 날이 따뜻해지면 고구마가 썩으려고 할까요?”
“금메 말이여! 그란디 그것들도 봄이 될라고 그라문 물컹물컹해짐서 싹이 날라고 글드랑께! 그래서 미리 쌀마서 몰려야제 인자 쪼깐 더 있으문 썩어분께 안 되야!”
“그런데 그걸 말리기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말리려고 그러세요?” “요새는 건조기가 있응께 한 이틀만 몰리문 되야!” “하긴 건조기에 말리면 쉽기는 하겠네요.”
“옛날에 건조기 읍을 때는 한 보름씩도 더 몰리고 그랬는디 요새는 건조기가 있응께 을마나 편한지 몰르것서! 그라고 그때는 비라도 오고 그라문 방으로 갖고 들어 갖다가 또 나오고 그래 갖고 잘못되고 그라문 곰팽이가 피어 불드랑께!”
“아니 겨울에도 곰팡이가 피어요?” “겨울에는 곰팽이가 읍을 것 같제? 그란디 날이 안 조아 갖고 방에다 불 때서 몰리다 또 배깥으로 내다 몰리고 그라다 저라다 보문 곰팽이가 피어불고 안 그라문 쉬어 불고 그라드랑께!”
“그럼 곰팡이가 피어오르거나 쉬어버린 고구마는 어떻게 하셨어요?”
“우추고 하껏이여! 그냥 어런들 몰르게 되야지나 묵으라고 주든지 안 그라문 헛간 재에다 안보이게 묻어 불든지 한디 그라다가 어런들한테 들키문‘귀한 음식 함부로 내분다!’고 혼이 나고 그랬제~에!”
“그때는 정말 힘드셨겠네요.” “그랑께 말이여! 그래도 그때는 나만 그란 것이 아니고 이집이고 저 집이고 다 그라고 살았어!”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삶은 고구마 말리느라 고생 좀 하셨겠네요.”
“그란디 요새는 동네서도 누가 잘 안 몰리드란게!” “귀찮으니까 그렇겠지요! 그리고 요즘에는 말린 고구마가 아니라도 맛있는 과자가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삶은 고구마는 말려서 어디에 쓰실 거예요?” “인자 잘 몰려 놨다가 애기들 오고 그라문 싸주고 또 마을 회관에 노인들 갖다 주문 조아라고 하드만.”
“마을 어르신들은 이(齒)가 없으실 텐데 잘 드실까요?” “이것은 꽝꽝하게 몰린 것이 아닌께 입에 넣고 오물 오물하문 쫀득쫀득하고 맛있다고 영 좋아 하드랑께!”
“그런데 도시에 있는 자녀들도 이걸 좋아할까요?” “잉! 엊그저께 일요일 날 애기들이 와 갖고 한보따리를 싸 갖고 갔어!” “정말 그랬어요? 요즘 아이들은 고구마 말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것이 사탕가리 같은 양념이 한나도 안 들어가고 그냥 몰린 것이라 이것을 묵으문 변비도 읍서지고 애기들 간식용으로 최고라고 우리 며느리가 젤로 좋아라고 하드랑께!”하시며 어느새 검정 비닐봉지에 말린 고구마를 담아주시며 “이것은 아제 껏잉께 집이 갖고 가서 자셔 잉!”하신다.
"지금은 뜨거운께 쬐깐있다 식으문 썰어서 몰려야제!"
"요새는 건조기가 있응께 을마나 조은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