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쩌그 우겟집이여!"

큰가방 2013. 6. 1. 15:40

“쩌그 우겟집이여!”

 

전남 보성읍 동암 마을 회관 앞에서 수취인을 모르는 우편물을 문의하려고 마침 지나가는 마을 영감님께 “혹시 이 마을에 김경자씨라고 들어보셨어요?”하고 묻자 “누구라고?” “김경자씨요!” “나는 잘 몰르는 사람인디! 이 동네 사람이단가?”

 

“저도 모르니까 어르신께 묻지! 아는 사람이면 묻겠어요?” “그래 잉! 그란디 그 사람이 뭣하는 사람이여?” “그건 저도 잘 몰라요.”

“그란디 으째 물어본가?” “우편물이 왔는데 저는 한 번도 못 들어본 이름이라 혹시 어르신은 알고 계신가 싶어서요.”

 

“그래~에! 그란디 나는 잘 몰르것단 마시! 어야! 그라문 쩌그 아랫동네 가문 구(舊)이장 부부가 지금 밭에서 일하고 있드란 마시! 그랑께 거그 가서 물어보소! 암만해도 그 사람이 나 보다는 더 잘 알고 있으꺼이시 안 그란가?”

“정말 그렇겠네요! 어르신 고맙습니다.”하고 아랫마을로 향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하고 인사를 하자 “와따~아!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 그란디 요새는 우드로 편지 배달을 댕겼는가?”

“어디로 다닌 것이 아니고 요즘 이 마을로 계속해서 다녔는데 이장님은 통 안보이시던데요! 혹시 제가 무서워 피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와따~아! 이 사람아 내가 자네 가치 방가운 사람을 피하기는 으째 피한단가? 그래! 그 동안 별일은 읍었제? 그라고 가정도 다 무고하시고?” “예! 이장님 덕분에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 하나 물어볼게요.”

“멋을 물어 볼라고 그란디?” “혹시 이 마을에 김경자씨라고 들어보셨어요?” “김경자? 나는 못 들은 사람인디 멋이 왔간디 그래 싼가?”

 

“병원에서 우편물이 온 것을 보면 이 분이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검진결과를 보내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거든요.”

“그래 잉! 그라문 번지는 우추고 되얏는가?” “39번지로 되어있는데 쾌상리에는 이런 번지가 없거든요.”

“쩌그 빗가리마을 첨 집 안 있는가 그 집 아주머니 이름이 김 누구라고 그란 것 같든디!”

 

 “그 집 아주머니는 김영자씨거든요.” “그래! 그라문 여그 웃동네 반장 집 아주머니는 누구든가? 그 집 아주머니 이름도 비슷하제?”

“반장 집의 아주머니 이름은 김성자씨거든요. 그리고 번지도 틀리고요.” “그래 잉! 그란디 인자 나도 나이를 묵어서 그란가 으짠가 통 뭔 생각이 잘 안 나드란 마시 그라고 뭣을 잘 이져부러!”하자 옆의 아주머니께서

 

“그랑께 말이여! 금방 멋을 쓰고도 으따 둔지를 몰르고 찾고 난리고 이따금 모임이 있어갖고 읍에를 나가야 쓴디 깜박 이져불고 안 갔다가 전화 오문 그때사 간다고 야단이고 으째 사람이 나이를 묵으문 정신이 그라고 읍어진가 몰르것단께!”

 

“그러니까요! 사람이 나이를 먹어도 젊었을 때처럼 살면 좋은데 기계가 오래되면 고물이 되듯이 사람도 고물이 되어가나 봐요!”

“그랑께 사람은 나이를 묵으문 쓸데가 읍어져문 모양이여! 그래도 나는 한 가지 안 이져분 것이 있네!” “그것이 무엇인데요?”

 

“밥 묵는 것이여! 밥! 그것이라도 안 이져 부러야제! 안 그래?” 하시자 옆의 아주머니께서 눈을 흘기시며 “아이고~오! 그것이 자랑이요! 자랑!”하는데 그 순간

“어야! 김경자라고 그랬는가? 그 집이 금방 생각났는디 쩌그 우겟집이네! 우겟집!”

 

"인자 생각해본께 쩌그 우겟집이네! 우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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