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멧돼지 방울?

큰가방 2013. 7. 14. 09:00

 

멧돼지 방울?

 

전남 보성읍 동암 아랫마을에 조그만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빵! 빵!”소리를 내자

“나 여깃는디 누구여?”하며

할머니께서 얼른 대문 앞으로 나오는데 얼굴이며 옷이 온통 땀범벅이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오늘은 마당에서 무엇을 하셨기에 그렇게 온통 땀으로 목욕을 하셨어요?”

 

“요새 비가 자꼬 와 싼께 마당에 파라니 이끼 가튼거시 자꼬 끼어싼께 한 번씩 댕길라문 미끄루와서 안 되것기래 그것 잔 배껴 내니라고!”

“그런 일은 이따 시원해지면 하시지 이렇게 무더울 때 하세요? 지금이 오후 3시쯤이라 하루 중 제일 무더울 때인데요.”

 

“아이고! 지가 더우문 을마나 더우꺼시여? 지금까지 밭에 가서 일도 하고 그란디 집이서 하는 일인디 을마나 덮것서! 그란디 오늘은 멋을 갖고 왔간디‘뽕!’그래싸?”

“약 같아 보이는데 이게 왔네요.”하며 적재함에서 조그만 상자 하나를 꺼내 건네 드리자 “이상하네! 내 약은 진작 왔는디 머시 또 와쓰까? 언저녁에 우리 애기들한테 전화도 안 왔든디!”하며 고개를 갸웃 거리신다.

 

“광주에서 보냈는데 모르시겠어요?”하였더니 “오~오! 우리 큰아들한테 왔구나! 나는 지금까지 깜박 이져 불고 있었네!”

하며 환하게 웃고 계신다.

“그게 무엇인데 그렇게 웃고 계세요?” “요거시 머시냐고? 거시기 메때야지 핑갱이여!” “예~에? 멧돼지 방울이라고요? 그럼 고양이 방울처럼 멧돼지 목에 달아준다는 말씀이세요?”

 

“아니~이! 메때야지 모가지에 달아주는 핑갱이가 아니고 쩌끄 절(寺刹)에 가서 보문 처마에다 째깐한 핑갱이를 달아갖고 바람 불고 그라문 ‘째그랑! 째그랑!’소리 나게 해 놨드라고! 그란디 그 소리를 들으문 메때야지가 산에서 안 내론다고 글드랑께!”

 

“그럼 벌써 멧돼지 피해를 입으셨다는 말씀이세요?”

“엊그저께 감자대(고구마) 순을 바테다가 심것는디 어지께 가 본께 그새 메때야지들이 내루와서 밭을 다 뒤져 부렇네! 을마나 허망하꺼시여? 그란디 동네 사람 말을 들어본께 핑갱이를 달아노문 안 내론다고 그랑께 혹시 몰라서 바테다가 달아놔 볼라고!”

 

“그럼 정말 멧돼지들이 안 내려올까요? 지난번에 누구 말을 들으니 경찰서에서 위험한 도로 같은 곳에 설치해 놓은 밤이면 반짝이는 경광등 있지요?

그걸 설치했더니 일 년 정도는 멧돼지들이 안 오더라고 하데요. 그런데 그 다음해에 다시 찾아온다고 하니까 일 년 정도 밖에는 효과가 없는 같아요.”

 

“그것들이 그라고 영리한 짐성인갑구만 잉! 장년 가실에도 동네 사람들 감자(고구마) 밭을 다 뒤져 부러갖고 감자 캔 사람이 을마 읍쓰꺼시여! 그랑께 이장이 군청에다 말해갖고

포수 둘하고 사냥개 다섯마린가 와 갖고 산속에서 지키고 있다가 우추고 한 마리는 도망가 불고 한 마리는 잡었는디 한 2백 근이나 나가드라 그라데! 메때야지가 그라고 큰 것도 이쓰까?”

 

“원래 돼지들은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계속 크도록 되어있어요. 그런데 그 방울을 밭 주변에 달아서 효과가 좋으면 정말 좋겠는데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요?"

“금메 나도 효과가 조문 쓰것는디 읍쓰문 또 으차꺼시여 그냥 메때야지하고 나나 묵는다 생각해야제!”

 

 

"어거시 매때야지 핑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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