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아가씨로 바꿨어요?"

큰가방 2013. 10. 12. 17:00

 

아가씨로 바꿨어요?

 

어제 오후 즐거운 마음으로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우편물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큰 가방 속을 들여다보니 가방 안에 들어있는 할머니와 어린이들의 접대용(?)사탕 봉지에 사탕이 모두 떨어지고 빈 봉지만 굴러다니기에

 

“또 잊어먹기 전에 사탕을 사서 배달 가방에 넣어두고 퇴근해야지!” 하였는데 그만 깜박 잊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 출근을 하다 어제 어린이 접대용 사탕 생각이 나서 우체국 바로 옆에 있는 마켓으로 사탕을 한 봉지 사러 갔다.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사탕을 골라 가지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사님! 여사님!” 하고 언제나 카운터에서 물건 값을 계산해 주는 여직원을 불렀는데 아무 대답이 없다.

 

그래서 다시 이번에는 목소리를 조금 크게 하여 “싸모님! 싸모님!” 하고 불러 보았는데도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하여 “아가씨~이!” 하였더니 매장 안쪽에서 “네~에!” 하면서 매장에서 물건 값을 계산해주는 여사님과 마켓의 점장님이 함께 뛰어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점장님에게 “카운터의 여사님을 아가씨로 바꿨어요?” 하고 물었더니 “에~에?” 하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방금 여사님 하고 부를 때는 아무 대답이 없더니 아가씨! 하고 부르니까 네~에! 하면서 금방 뛰어 나오시기에!" 하였더니

 

“아~아! 그 말씀이세요?”하더니 “오늘부터는 매장의 일하시는 분들을 전부 아가씨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이 분도 어제는 위 여사님이었는데 오늘부터는 미스 위 로 바꾸었으니까 미스 위 로 불러주세요!” 하며 빙그레 웃음을 웃는다.

 

“아! 그렇구나! 어쩐지 예쁜 아가씨가 나오신다! 했더니 새로 오신 미스 위께서 나오시느라 그랬군요! 아이고!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고 고개를 깊이 숙였더니 듣고 있던 위 여사도 연신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루를 열어 가는 아침 시간. 가벼운 농담을 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오늘 새로 사 가지고 가는 사탕을 받을 첫 번째 할머니와 어린이는 누구일까? 왠지 모를 기대가 아침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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