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마세요!"
“싸우지 마세요!”
전남 보성 회천면 소재지의 뒤쪽에 있는 골목 안쪽 집에 상당히 크고 무거운 아이스박스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할머니! 저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누가 왔간디 그라고 불러싸?”
“저 집배원인데요. 오늘은 커다란 택배가 하나 왔네요!” “택배가 왔어? 잉 알았어!”하며 대문을 여시더니 “와따아 징허게 고상해 쌓네!”하며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신다.
“오늘 택배는 상당히 무겁거든요. 그러니 할머니께서 들기 힘드니까 놓을 자리를 말씀하세요.” “그것 놔둘 자리? 그냥 거그다 놔 둬 부러!”하더니 “아니 그라지 말고 이짝으로 갖고 와!”하시는데
바로 그때 옆에 계신 영감님께서 “와따아! 택배가 징하게 무건갑구만 그것을 이리 노라 쩌리 노라 하문 쓰것어? 얼렁 암디라도 놔두라고 해야제!” “아! 무건 택밴께 놔 둘 자리다 놀라고 그라제 으채요?”하며 갑자기 분위기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
“갑자기 왜 싸우세요? 저 아직은 이런 택배 하나 정도는 거뜬하게 들 수 있으니까 미안해하지 마시고 택배 놓을 자리나 말씀하세요!”
“내가 한 말은 자네가 힘이 읍시 보인다고 그란 거시 아니고 무건 택배를 들고 있응께 미안해서 하는 말이제! 앙 그라것는가? 사람이 암만 심이 좋다고 그래도 무건 것을 들고 있을라문 땀도 나고 심도 빠지고 그란 것 이제!”
“그건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그런데 오늘은 무엇이 왔길래 이렇게 무거울까요?” “요새 우리 영감이 입맛도 읍고 그란다고 통 멋을 못 자시드랑께! 그래서 애기들한테 말을 했드니 반찬을 쪼깐 해서 보냈다고 언저녁에 전화를 했드랑께!”
“그러면 맛있는 반찬이 많이 들었을까요? 박스가 상당히 무거운 것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그것은 몰라! 우리 영감 밥 자시라고 고기 쪼간 보낸다고 했응께 머시 들기는 들었것제!”하는 할머니의 말씀에
“어르신! 그것 보세요! 그래도 아직까지 어르신을 제일 챙기고 생각하는 분이 바로 할머니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는 언성 높이고 그러지 마세요!”
“내가 말을 크게 하고 싶어서 그란 단가? 으짤 때 보문 깝깝한한 짓거리를 한께 그라제!”하시자
“아니 내가 은제 깝깝한 짓거리를 해요? 그른 짓거리는 당신이 안 했소?” “아니 좋게 사시라고 했더니 왜 또 싸우려고 하세요?”
“내가 싸울라고 그라간디 무단한 사람한테 깝깝한 짓거리를 한다고 그래싼께 하는 말이제!”
“깝깝한 짓거리라는 말은 어르신이 먼저 하셨잖아요. 그러니 다음부터는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아시겠지요?”하였더니
“내가 먼저 그랬든가?”하며 슬며시 자리를 피하는 영감님을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남 보성 회천면 율포리 정산 연립 입구의 손수레는 어느 할머니 것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