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부쳐갖고 쓰소 잉!"

큰가방 2013. 11. 16. 19:58

“부쳐갖고 쓰소 잉!”

 

전남 보성 회천면 농소마을로 들어가려고 커브 길을 천천히 빨간 오토바이 핸들을 돌리는 순간 논에서 일을 하던 마을의 영감님 한 분이 손을 흔들며 “어이! 나잔 보고가소!”하며 달려오신다.

 

“영감님께서 무엇을 부탁하려고 부르시는 걸까?”하는 생각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숨이 차게 “헉! 헉!”거리며 달려오시더니

 

“자네가 어지께 우리 동네 왔다 갔는가?” “예! 제가 다녀갔는데 왜 그러세요?” “아니 다른 거시 아니고 어지께 논에서 일하다 점심 밥 묵을라고 우리 집을 간디 질에 오투바이 바친 것 안 있는가? 그거시 떨어져 갖고 있드란 마시!”

 

“오토바이 바친 것이라니 무엇을 말씀하세요? 혹시 받침대 말씀이세요?” “그것보고 받침대라고 그란단가? 그거시 있드란 마시 그래서 내가 주서다 우리 집이 갖다 놨응께 집이 들려서 갖고 가소! 잉!”

“그러셨어요?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게 떨어져 나가 불편했는데!”그러니까 어제 오전 평소처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

 

오토바이를 받침대를 이용하여 세운 다음 주유기에 금액을 입력하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내게 쏠리는가 싶더니 넘어지기에 얼른 다시 세우고 보았더니

그때까지 멀쩡하던 받침대가 옆으로 휘어져있었다. “저게 언제 저렇게 휘어져있었지? 빨리 용접을 해야겠구나!” 하고

 

앞 쪽의 받침대를 사용하여 세운 다음 기름을 넣었는데 어제 오후 우편물 배달이 끝나고 보니 어느 틈에 떨어져 나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영감님께서 그걸 주워 집에 보관하셨단다. “거시기 멋인가? 받침대에 부터갖고 있는 스프링구라 그란가? 꼬불꼬불한 것 말이여!” “예! 스프링이요!”

 

“그것도 또 우리 집 사람이 주서다가 갖다 놨응께 갖고 가! 알았제?”

“그런데 그 받침대를 제가 떨어뜨린 줄 어떻게 아셨어요? 마을에서도 오토바이 타는 분이 계시잖아요?”

 

“내가 그것을 주서갖고 집이를 간께 우리 집 사람이 또 멋을 주서갖고 오드라고! 그래서 그것이 머시단가? 그랬드니 오토바이서 떨어진 것 같다고! 그란디 그거시 누구 껏인지 아껏인가?

그란디 카만이 생각해 봉께 그짝 질은 자네들이 잘 댕긴 질이라고 그랑께 아마 우체구 오토바이서 떨어진 것 같다! 글드라고!”

 

“그런데 어떻게 어르신 눈에는 받침대가 아주머니 눈에는 스프링이 보였을까요? 신기한 일이네요!”

“그랑께 말이여! 하여튼 우리 집사람이 내 뒤를 따라 댕기다 봤는가 으쨌는가 주서갖고 왔으랑께!”하고 빙긋이 웃으며 “그란디 그것 붙이문 도로 쓸 수 있는가 몰르것네!”

 

“물론 사용할 수 있지요! 그게 새것으로 하나 갈아도 돈은 얼마 들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보성 읍내 오토바이 수리점까지 가야하니

아무래도 번거롭고 또 교통사고 위험도 있고 그래서 곤란했는데 어르신 덕분에 간단하게 해결됐네요.”

 

“그란단가? 나는 그것을 주서노코도 ‘내가 무단한 짓거리를 했다냐 으쨌다냐!’꺽정을 했단께!”하는 영감님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영감님께서 주워 놓으신 오토바이 받침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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