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엄니 손맛이 젤이여!"

큰가방 2015. 1. 4. 09:56

 

엄니 손맛이 젤이여!”

 

전남 보성 회천면 소재지인 율포리 윗마을 가운데 집에 제법 부피가 크고 무거운 아이스박스 택배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서

! !’소리를 냈으나 아무 대답이 없어 마당으로 들어서며 택배 왔네요. 문 좀 열어보세요!”하였더니 현관문이 덜컹 열리며

 

우메! 징하게도 큰거시 와 부렇네!”하며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으며 반기신다. “오늘은 큰 선물이 왔나보네요.”하며 거실에 놓았는데

아재! 그것 무겁제?” “무엇이 들었는지 몰라도 상당히 무겁네요.” “그라문 거그다 노문 안된께 도로 들어가꼬 쩌그 배깥에

 

수돗가에다 잔 놔 주문 쓰것는디 미안해서 으짜까?” “무거운 택배가 계속 차가운 곳으로 돌아다니다 겨우 따뜻한 곳으로 왔는데

왜 밖으로 쫓아내려고 하세요?” “내가 그것을 배깥으로 쫓아낼라고 그란 것이 아니고 안에가 있으문 안되고 배깥으로 가야된께 그란당께!”

 

무엇이 왔는데 그러세요? 혹시 올 겨울에 드실 김치 아닌가요?” “짐치가 아니고 양념거리여!” “양념거리라고요?

무슨 양념거리가 택배로 온답니까? 작년 이맘때는 할머니께서 드실 김치가 온 것 같던데요.” “근디 올해는 애기들이 와갖고

 

짐장을 여그서 한다 그라데!” “왜 예년처럼 김장을 해서 보내주지 않고 직접 이리 와서 한다던가요?” “금메! 올해는 애기들이 나랑 같이

짐장을 해서 멀리 있는디도 보내주고 그랄란다고 미리 배추 잔 사다가 소금으로 간해노라고 전화가 왔드랑께 그라고 이것은 양념거리여!”

 

양념거리면 무나 당근이란 말씀이세요?” “그것도 들었고 또 미나리하고 새비젓을 너문 더 맛있다고 그것도 사갖고 보낸다고 전화가 왔드랑께!”

당근이나 새우젓 같은 양념거리는 여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러네요.” “그랑께 말이여! 아재도 알다시피 우리 영감 가분지가

 

벌써 몇 년이 되야부렇제 잉!” “! 그랬지요. 그러고 보니 세월 정말 빠르네요.” “그래갖고 나 혼자 여가 있응께 딸들이

엄니 혼자 겨울에 짐치를 묵으문 을마나 묵것냐고 해 갖고 모다들 짐장함시로 째깐씩 더 담어가꼬 재작년하고 작년에 나한태 보냈어!”

 

그것은 제가 잘 알고 있지요.” “그란디 우리 사우들이 갑자기으째 짐치가 통 맛이 읍다! 고 친정집이 가서

장모님하고 같이 담어가꼬 오문 으차것냐?’고 그랬다고 그라데!” “따님들이 친정에서 엄마와 함께 김장을 하면 아무래도 솜씨를 많이 배우게 되겠지요.”

 

그랑께 말이여! 그라고 옛날부터 우리 사우들도 내가 담은 짐치가 즈그 짐치보다 더 맛있다고 짐장하문 꼭 여그서 갖고가고 그랬는디

올해부터는 아예 여그서 담어갖고 갈란다고 나보고 준비하라고 양념을 보냈어!” “누가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란디 당근하고 무시는 깨깟하게 시꺼갖고 보냈는가 기양 보내 부렇는가 몰것네!” “글쎄요! 그것까지는 택배를 열어보지 않은 한 저도 몰라요.

하여튼 아이스박스는 수도 옆으로 옮겨 놓을게요.”하고 수도가로 택배를 들어다 놓으면서 따님들이 할머니 김장하는 솜씨를 많이 배웠으면 좋겠네요.”

 

하였더니우리 딸이 한 말이 있어 엄니 손맛이 젤이여!’글디야 으차디야!” 

 

"올해는 짐장할 것이 별라도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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