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물어보지 마!"

큰가방 2015. 3. 14. 13:04

 

물어보지 마!”

 

전남 회천면 장목마을 첫 번째 집에 택배를 배달하려고 빨간 우편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 !”소리를 냈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할머니께서 회관에 놀러 나가셨나?”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어놓고 제법 크고 무거운 아이스박스 하나를 차에서 내려 거실에 놓아두려는데

 

누가 왔간디 우리 집 대문을 열어노코 그래싸아?”하며 할머니께서 반대편 출입문으로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들어오신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 우체구 아제가 왔구만! 그란디 우리 집이 머시 왔간디 그라고 문을 활짝 열어 놔쓰까?”

 

커다란 택배가 네 개나 와서 그래요!” “그랬어? 안 그래도 언저녁에 우리 딸 한태 멋을 보냈응께 잘 받으라고 전화가 왔드만 그래서 지금 으디도 안 가고 있다가 금

방 여그 잔 갔다온께 그새 택배차가 와부렇네!” “그랬어요? 그러면 이 사과박스는 어디에 놓으면 되겠어요?”

 

그거시 머시라고 사과라고?” “! 그런데 그냥 거실에 놓아드릴까요?” “안 되야! 그것은 낼 모레 설에 쓰꺼잉께 거그다 노문 안 되고 이리 따라와 봐!

내가 놔 둘 데를 갈쳐 주께!”하며 앞장서 뒤쪽 창고 문을 열어 의자를 가르치며 거그 의자 우게다가 놨둬!”

 

그리고 이 박스에는 배가 들었나 봐요! 이건 어디에 놓을까요? 20kg짜리라서 조금 무거운데요.” “그거시 배가 들었다고? 그라문

금방 사과 옆에다가 놔 둬 불문 쓰것는디!” “알았습니다. 그럼 사과 옆에 놔둘게요!” “아이고! 그나저나 바쁜 양반 잡어 갖고

 

일을 시켜서 미안해서 으짜까? 내가 힘이 읍응께 사과나 배 같이 무건 것이 오문 우추고 들도 못해! 그랑께 영 성가시네!”

괜찮아요. 그러면 아이스박스는 여기에 놔두어도 되겠어요?”  ! 그것은 거그다 기양 놔 둬 부러!” “박스가 제법 무겁던데 무엇이 들었어요?”

 

사골을 너갖고 보낼란다고 그라데!” “사골을 보냈다고요? 오늘 도착한 것은 모두 좋은 것만 모아서 보낸 것 같네요!”

그란디 머시 한 개가 안 온 것 같은디!” “아직 차에 박스 하나가 더 남았어요! 그런데 이게 조그만 하면서도 제법 무겁던데 무엇이 들었어요?”하며

 

차에서 박스를 내려 가지고 오자 그거엇? 그것은 콩이여! !”하신다. “콩이요? 콩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콩은 콩인디 그냥 콩이 아니고 퍼란 콩 있제? 그 콩이여!” “왜 특별히 푸른 콩을 보낸 이유가 있어요?”

 

아니~! 내가 골다공증도 있고 다른디 뼈도 안 조타고 그랑께 요 콩을 밥에 너서 묵으문 조타고 그라데!” “그래요?

저는 푸른 콩이 뼈에 좋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런데 이 택배들은 다 누가 보냈어요?” “우리 딸이 보냈어!” “따님이 보내셨다고요?

 

그러면 따님이 몇 분인데요?” “딸이 둘이제 며시나 있것서! 그란디 막내딸이 이라고 나를 생각한당께!” “할머니는 생각해주는 따님이

두 분이나 있어 정말 좋으시겠네요. 그러면 아드님은 안 계세요?” “으째 아들이 읍것서? 아들도 있기는 있제!”

 

그러면 아드님도 할머니를 생각하시나요?”물었더니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바뀌시더니 그것을 멋할라고 물어봐싸! 물어보지 마!"

 

"할머니 어디를 다녀 오세요?"  "이~잉! 운동 잔 하고 오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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