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지 마!"
“물어보지 마!”
전남 회천면 장목마을 첫 번째 집에 택배를 배달하려고 빨간 우편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빵! 빵!”소리를 냈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할머니께서 회관에 놀러 나가셨나?”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어놓고 제법 크고 무거운 아이스박스 하나를 차에서 내려 거실에 놓아두려는데
“누가 왔간디 우리 집 대문을 열어노코 그래싸아?”하며 할머니께서 반대편 출입문으로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들어오신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이~잉! 우체구 아제가 왔구만! 그란디 우리 집이 머시 왔간디 그라고 문을 활짝 열어 놔쓰까?”
“커다란 택배가 네 개나 와서 그래요!” “그랬어? 안 그래도 언저녁에 우리 딸 한태 멋을 보냈응께 잘 받으라고 전화가 왔드만 그래서 지금 으디도 안 가고 있다가 금
방 여그 잔 갔다온께 그새 택배차가 와부렇네!” “그랬어요? 그러면 이 사과박스는 어디에 놓으면 되겠어요?”
“그거시 머시라고 사과라고?” “예! 그런데 그냥 거실에 놓아드릴까요?” “안 되야! 그것은 낼 모레 설에 쓰꺼잉께 거그다 노문 안 되고 이리 따라와 봐!
내가 놔 둘 데를 갈쳐 주께!”하며 앞장서 뒤쪽 창고 문을 열어 의자를 가르치며 “거그 의자 우게다가 놨둬!”
“그리고 이 박스에는 배가 들었나 봐요! 이건 어디에 놓을까요? 20kg짜리라서 조금 무거운데요.” “그거시 배가 들었다고? 그라문
금방 사과 옆에다가 놔 둬 불문 쓰것는디!” “알았습니다. 그럼 사과 옆에 놔둘게요!” “아이고! 그나저나 바쁜 양반 잡어 갖고
일을 시켜서 미안해서 으짜까? 내가 힘이 읍응께 사과나 배 같이 무건 것이 오문 우추고 들도 못해! 그랑께 영 성가시네!”
“괜찮아요. 그러면 아이스박스는 여기에 놔두어도 되겠어요?” “잉! 그것은 거그다 기양 놔 둬 부러!” “박스가 제법 무겁던데 무엇이 들었어요?”
“사골을 너갖고 보낼란다고 그라데!” “사골을 보냈다고요? 오늘 도착한 것은 모두 좋은 것만 모아서 보낸 것 같네요!”
“그란디 머시 한 개가 안 온 것 같은디!” “아직 차에 박스 하나가 더 남았어요! 그런데 이게 조그만 하면서도 제법 무겁던데 무엇이 들었어요?”하며
차에서 박스를 내려 가지고 오자 “그거엇? 그것은 콩이여! 콩!”하신다. “콩이요? 콩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콩은 콩인디 그냥 콩이 아니고 퍼란 콩 있제? 그 콩이여!” “왜 특별히 푸른 콩을 보낸 이유가 있어요?”
“아니~이! 내가 골다공증도 있고 다른디 뼈도 안 조타고 그랑께 요 콩을 밥에 너서 묵으문 조타고 그라데!” “그래요?
저는 푸른 콩이 뼈에 좋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런데 이 택배들은 다 누가 보냈어요?” “우리 딸이 보냈어!” “따님이 보내셨다고요?
그러면 따님이 몇 분인데요?” “딸이 둘이제 며시나 있것서! 그란디 막내딸이 이라고 나를 생각한당께!” “할머니는 생각해주는 따님이
두 분이나 있어 정말 좋으시겠네요. 그러면 아드님은 안 계세요?” “으째 아들이 읍것서? 아들도 있기는 있제!”
“그러면 아드님도 할머니를 생각하시나요?”물었더니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바뀌시더니 “그것을 멋할라고 물어봐싸! 물어보지 마!"
"할머니 어디를 다녀 오세요?" "이~잉! 운동 잔 하고 오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