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위
나쁜 사위
전남 보성 회천면 우암마을 가운데 집에 50개들이 라면 박스 4개를 합쳐 놓은 것처럼 제법 큰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더니
“문 안 잠가졌응께 그냥 드로씨오!”하는 소리가 들려 마당으로 들어섰더니 빨래 줄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여자 어린아이 옷이 널려있고
이제 50대 후반의 아주머니는 열심히 마당을 쓸고 있다.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데 웬 청소를 하고 계세요?
이따 오후 늦게 시원해지면 하시지 지금은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하였더니 발을 곧추세우고 방충망 너머 방을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나도 이따 씨연해지문 청소할지 안디 요새는 애기를 보고 있응께 이라고 그거시 자고 그랄 때 째깐 시간 내서 청소도 하고 그라제
옛날 같이 멋이 맘대로 안 대드란 말이요.” “그러면 어린아이를 보고 계신다는 말씀이세요?” “그랑께 말이요! 내가 절물 때도 안했는디
인자 60살이 다 되야간께 고상길로 접어들었는가 으쨌는가 그냥 애기를 보니라고 으디를 맘대로 댕길 수가 있는가? 으짠가?
아이고! 말도 못하게 성가시단 말이요.” “아니 아드님이 언제 결혼했는데 벌써 어린아이가 있어요?” 하였더니
약간 화가 났다는 표정으로 “아니 그라문 나는 딸도 읍다요?” “그러면 딸 손자인가요? 저는 아들 손자인줄 알고 그랬는데 죄송합니다.”
“그란다고 미안할 것까지는 읍고 나도 아들 손지를 보면 더 좋것제만 써근노미 안직 장개를 안가 논께 으짜꺼시요!
그란디 딸 손지가 아니고 솔녀여! 솔녀!” “손자가 아니고 손녀라면 예쁜 짓 많이 하겠는데요?”
“이삔 짓거리를 한가 미운 짓거리를 한가 나는 잘 몰것소!” “옛말이 있지 않습니까? ‘애기 볼래? 밭 맬래?’하면
밭을 맨다고 했는데 오죽했으면 그러겠어요? 그 대신 또 심심하지는 않지요?” “그라기는 그라제! 그래도 혼자 있으문 심심하고 그란디 그거시
‘함마니 함마니’함시로 혼자 머시라고 해싸문 우섭기도 하고 재밋기도 하고 그란단께!” “그런 맛에 손자를 보는 것이지
그런 재미는 없고 자꾸 울고 보채기나 하면 누가 보려고 하겠어요?” “그란디 우리 집이는 누가 멋을 보냈습디여?”
“김영권 씨가 누구 되세요?” “영권이는 우리 사운디 으째서?” “사위되시는 분이 커다란 박스를 하나 보내셨네요.”
“그랬어? 그라문 요새 우리 장모가 즈그 애기 봐 주니라고고생해 싼다고 선물 사서 보냈으까?” “글쎄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박스가 왔으니 열어보면 알겠네요.”하고 택배 박스를 현관 문 앞에 놓아두고 천천히 밖으로 나오려는데
“멋을 보냈간디 이라고 크다냐?”하며 ‘찌~익!’박스의 테이프 뜯어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아제~에! 우체구 아제~에!”하고 부르기 시작한다.
“왜 그러세요?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이것 도로 갖고가 부씨요!” “아니 그걸 왜 가져가라고 하세요?”
“나는 우리 사우가 멋을 보냈다고 그래서 혹시 내 속옷이나 사서 보냈다냐 으쨌다냐 그라고 끌러 본께 즈그 딸내미 장난감이구만!
그랑께 나는 이것 필요 읍응께 도로 가지가 부러!” “그러면 저는 그걸 가져다 어디에 쓰게요?” “아저씨 손지들 갖고 노라고 갖다줘부러!”
“그러면 사위한테 저는 죽어요! 그러니 화가 나더라도 참으시고 그냥 손녀 가지고 놀게 하세요!”
어머니 또는 장모님께 아이를 맡기신 분들은 고생이 많은 어머니께 속옷 같은 선물이라도 해 주시면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우리 집이는 편지 읍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