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외등고치던 날

큰가방 2015. 7. 11. 18:15

 

외등 고치던 날

    

전남 보성 회천면 양동마을 가운데 집 할머니께서 며칠 전 부탁하셨던 현관문 도르래를 사가지고 할머니 계세요?”하고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이상하다! 방안에 TV가 켜진 것 같은데 왜 대답이 없지?”하고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할머니~!”하고 부르자

    

! 누구여?”하며 방문을 열고 나오시더니 우메! 아제가 불럿어? 나는 뭔 소리가 들린고? 그랬네!”하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렇게 큰 소리로 불러도 대답도 없이 방에서 무엇하고 계셨어요?” “내가 귀가 어두운께 잘 안 들려!”

    

여기 부탁하신 도르래 사왔는데 바꿔 끼울지는 아세요?” “내가 그것을 우추고 바꾸껏이여! 동네 사람한테 바까 주라고 해야제!”

그러면 제가 해 드릴게요.” “심바람 시킨 것도 미안한디 그것까지 해 줄라고?” “이것은 금방 할 수 있어요.”하며

    

현관문을 빼내 헌 도르래를 빼낸 다음 새 도르래를 바꿔 끼웠더니 지금까지 뻑뻑해서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았던

미닫이문이 금방스르르열리고 닫혔다. “아제는 재주도 좋네! 우추고 그것을 금방 해 부러!” “이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그래 잉! 그란디 아제! 혹시 전기 손댈지 알아?” “전기요? 어디가 고장이 났는데요?”하자 현관 문 위쪽을 가리키며

여그 외등 안 있어? 요것이 작년 은젠가 태풍이 와갔고 껍따구에 물이 들어갔다고 전기 기술자들이 오드니 이것은 잘못하문 합선된께

    

안 된다고 선을 짤라 부렇다고 사람 불러다 고치라고 그라데! 그란디 누구한테 부탁 할 사람이 있어야제!” “그랬어요?

아니 그 사람들이 할머니 혼자 계시는 집에 이렇게 해 놓고 가면 어떻게 하라고 그랬을까요?” “그랑께 말이여! 그란디

    

그것이 읍응께 밤이문 영 성가시드란께! 그라고 누가 와도 함부로 문도 못 열어주것고! 그란디 그것 잔 우추고 고쳐주문 안 되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하고 우선 두꺼비 집을 내려 전원을 차단하고 고장 난 외등을 뜯어 이미 깨져버린

    

케이스는 뜯어내 버린 다음 현관 문 위쪽에 설치하려고 드라이버로 나사못을 박고 있는데아제 미안해서 으짜까? 날이 징하게 더운디

줄 것이 암껏도 읍응께 감자라도 쌀므까?” “괜찮아요!” “괜찬기는 머시 괜찬해! 바쁜 사람 잡아서 일시키고 나는 미안해 죽것는디

    

자꼬 괜찬타고 그래싸!” “여름 날씨가 더울 줄 알아야지 봄 날씨처럼 따뜻하면 여름이라고 하겠어요?” “그래도 오늘은 별라도 덥구만

내가 얼렁 감자 잔 쌀므께!”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시더니아제! 으째 전기가 안 오네!” “지금 외등 옮기느라 전기를 차단해서 그래요.”

    

우메! 그것 고치다 우리 집 전기 다 나가불문 으짜까?”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전기는 금방 들어와요.”하고

외등 설치를 끝낸 다음 차단했던 전원을 다시 연결하고 외등 스위치를 올려 보세요!” “스위치 올리라고!”하시더니

    

환하게 들어온 외등을 바라보며 우메~! 인자 춤추고 살것네~!”하며 기뻐하신다. 그리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려고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을 열어 보았더니 어느 틈에 할머니께서 넣어 두셨는지 비닐봉지에 담긴 어른의 주먹만큼 큰 감자 몇 개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제 새껏 잔 자시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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