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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알아봐!

큰가방 2015. 11. 22. 10:24

사람을 알아봐!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에 적재함에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우편물을 가득 싣고 시골 마을을 향하여 길게 이어진

시골 길을 천천히 달려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진한 황색바탕 테두리에 검은 색 무늬가 새겨진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와

 

빨간 오토바이 주위를 한 바퀴 빙 맴 돌더니 길 아래 촘촘히 피어있는 잉크 색 무늬의 밥알 크기만 한 들꽃 위로 사뿐히 내려앉아

꿀을 찾아 꽃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차가운 겨울동안 아무도 보이지 않았던 들판에 따사로운 봄이 시작되자

 

논 여기저기에서는 농사 준비를 위한 농부들의 움직임이 눈에 띠게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전남 보성읍 노산 마을 위쪽 집 마당으로 들어가자

영감님께서 옆집 아저씨와 함께 지난겨울 창고에서 기나긴 겨울잠을 자던 경운기를 꺼내 수리하다 나를 보더니

 

인자 날씨가 따땃해진께 편지배달하기가 훨썽 낫것네!” 하며 반기신다. 그래서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우편물을 꺼내면서

경운기가 어디 고장 났어요?” “아니! 고장 난 것이 아니고 인자 봄도 되얏응께 논에 로터리를 쳐야 쓰꺼인디 괜찬한가 어쩐가 보니라고!” 하며

 

빙긋이 웃어 경운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저기 기름칠도 잘 되어있고 또 로터리를 치기 위하여 닳았던 날도

새것으로 교환을 하여 농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운기가고맙습니다!’하겠네요?” “그랑께 말이시!”

 

그럼 수고하세요!”인사를 남기고 골목길을 빠져나와 바로 뒷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아주머니 한 분께서 못자리 용 흙을 걸러내는

커다란 체 아래 부분 판자에 박혀있는 못을 장도리의 못 빼는 부분으로 걸어 힘을! !’쓰고 계신다.

 

아주머니 왜 그렇게 힘을 쓰고 계세요? 혹시 못이 무엇을 달라고 하던가요?” 하고 묻자 갑자기! ! !”큰소리로 웃다

못도 여자를 알아본가 으짠가 뺄라고 해도 만날 안 빠지네! 작것이 여그다(바로 옆 부분에)박을라고 했는디!

 

이상하게 틀어져 가꼬 도로 뺄라고 그란디 안 빠진당께!”하시자 옆에 계신 영감님께서인내 이리 줘! 아이고!

아무리 여자라고 못 한 개도 못 빼고 그래~!” 하더니 장도리 끝에 달려있는 못 빼는 곳으로 잘못 박아 진 못을 빼내려는데

 

쉽게 빠지지가 않아 자세히 보니 적당한 크기의 못을 박아야 하는데 너무 큰못이 옆으로 삐뚤어지게 박아져 있었다.

그래서 어르신 망치 이리주세요!” 하고 넘겨받아 체 뒤쪽에 나와 있는 못의 끝 부분을 때린 다음 다시 머리 부분에 장도리 끝을 대고

 

살며시 당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살며시 빠지자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다시 한 번 ! ! !” 웃더니 영감님께

못이 여자만 알아본지 알았드만 영감들도 알아본갑네! 으째 나하고 영감이 못을 뺄라고 그라고 해도 안 빠지드만

 

우체국 아제가 못을 뺀께는 금방 빠져부까? 참말로 신기한 일이단께!” 하시자 눈을 깜박거리며 가만히 서 계시던 영감님께서

! 그랑께 사람은 늙으문 쓸모가 읍응께 죽어야 쓴꺼시여! 알았어?” “어르신! 그러면 지금 빨리 돌아가시게요?”

 

"어이! 지금 곶감 맹글라고 감 깡그고 있응께 이루와서 감 한개 자시고 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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