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행복한 하루
이야기 하나
오늘도 우편물을 가득 실은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하여 우체국 문을 힘차게 출발합니다. 엊그제 갑자기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며 날씨가 추워졌다고 하나 오늘은 맑고 밝은 햇살이 잔잔히 비추고 바람까지 가볍게 불어오고 있어 이제는 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음을 느끼며 시골마을을 향해 달려갑니다. 전남 보성 회천면 서당리 마을 앞 들판 이곳저곳에는 지난 겨울 많은 눈과 찬바람을 이겨내고 파릇파릇하고 싱싱하게 자라난 봄 쪽파를 마을사람들이 수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확한 쪽파는 가지런히 묶여져 마을의 공터에 쌓여서 도시의 공판장으로 실어갈 화물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쪽파를 수확하는 바로 옆 감자밭에 두둑을 쌓아놓고 감자를 심은 후 비닐을 쳐 놓은 고랑을 할머니 한분께서 긴 작대기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감자 밭 두둑을 작대기로 툭툭 건드리며 다니십니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데 할머니께서 작대기를 들고 무엇을 하고 계시지?”하고 잠시 오토바이를 멈추고 할머니께서 무엇을 하시는지 살펴보았더니 조금씩 싹이 터 올라오는
감자의 새싹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작대기로 비닐을 찢어 주면서 감자의 새싹 옆에 어느새 커다랗게 자라난 잡초를 뽑아내고 계신 것입니다. “할머니! 날씨가 추운데 수고하시네요!” “이~잉! 우체부 아저씨구만! 우리 집 편지는 없제~에?” “예! 오늘은 편지가 없네요!” “그나저나 날마다 수고해쌓네!”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는 계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찾아왔음을 느끼며 왠지 모를 행복감에 젖어봅니다.
이야기 둘
화죽리 지등마을을 막 지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 한분이 “아저씨~이!”하시며 손을 흔드십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이 옆에 카브를 돌아 가문 검정 기와집이 있는디 그 집이서 뭣을 좀 보낸다고 그러데! 그랑께 거그 좀 들렸다 가! 잉!” “아니 할머니! 이 옆에는 검정 기와집이 없는데 무슨 검정 기와집 말씀이세요?” “금메 그리 가 봐 그라문 검정 기와집이 있응께!” “그래요! 알았습니다!”하고 커브를 돌아서 검정 기와집을 찾아보았으나 검정 기와집은 없습니다.
“이상하다~아! 이 근방에는 검정 기와집이 없는데 할머니께서 왜 검정 기와집이 있다고 그러시지?”하다가 “참! 그렇지! 내 정신 좀 봐라!”하고 그때서야 할머니의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알아차립니다. 원래 옛날에는 검정 기와집이 있었는데 새로 집을 지으면서 지붕을 녹색으로 바꾸는 바람에 녹색 기와집이 되었는데 할머니께서 옛날 검정 기와집으로 말씀하시는 바람에 제가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은 것입니다. 그래서 녹색 기와집으로 들어가 “할머니! 저 왔어요!”
“우메! 내가 나갈라고 그랬는디 아저씨가 오셨네! 딴 것이 아니고 의료보험료를 좀 갖다가 우체국에 내주라고!” “예~에! 그러세요! 이리주세요! 할머니! 그런데 잔돈 60원은 나중에 갖다드리면 안될까요?” “아이고! 잔돈은 냅 둬! 맨날 아저씨 심바람만 시키고 커피 한 잔도 대접 못 했는디 돈 60원 안 받으면 어쨌간디 아저씨 그냥 가져!” “60원은 나중에 갖다드릴게요!” “아따~아! 괜찮하당께 그래싸~아! 내가 돈이 많으문 통장에 넣어두고 자동납부 시키문 좋은데 돈이 그라고 많이 있어야제~에!
그랑께 맨 아저씨들 성가시게 해서 미안해!” 하시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할머니의 심부름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행복함을 느껴봅니다.
이야기 셋
화죽리 석간마을로 들어가는 폭이 좁은 길 조그만 리어카에 밭에서 거둬들인 폐비닐을 싣고 할아버지께서 앞에서 끌고 할머니는 뒤에서 밀며 마을을 향하여 가십니다. 그리고 그 뒤를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천천히 따라가는데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께 무어라 하시더니 지금까지 밀고 가시던 리어카를 갑자기 뒤에서 힘껏 잡아당기시는 겁니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할아버지“아니? 왜 리어카를 잡아당겨?” “아니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나문 얼른 비켜야제 안 비키고 간께 내가 잡아 댕겼제 어채!”
“아! 그라문 오토바이 온다고 말을 해야제! 리어카를 잡아당겨?”그 바람에 웃음을 참지 못한 제가 “하! 하! 하!”웃으면서 “할머니! 그러시다 할아버지께서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바쁜 양반이 먼저 가야제! 오토바이 온다고 비키라고 그래도 말도 안 듣고 그냥 가고 있응께 미와서 그랬제 어채!” “할머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오늘은 별로 바쁘지도 않은데 그러다 할아버지 다치시면 큰일이잖아요!” “아이고! 말도 안 듣는 영감은 다쳐도 괜찮해!”하시며 할아버지를 향해 눈을 흘기십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할아버지 멍하니 저를 쳐다보더니 “바쁜디 어서 가보소! 내가 길을 막어서 미안하시!”하시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는 할아버지 길을 비키지 않는다고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뒤에서 힘껏 잡아당긴 할머니의 화난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과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할머니의 배려에 큰 행복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