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버려지는 감자들

큰가방 2002. 6. 10. 13:58
오랜만에 해변의 마을로 우편물 배달을 나갑니다.
마냥 가슴이 설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약 5개월만에 나가보는 해변의 마을은 언제나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리고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한 해변의 초여름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합니다.
지난겨울 온통 쪽파로 덮여있던 밭은 이제 감자밭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감자 수확이 한창입니다.
길옆에 한쪽에는 수확한 감자를 도시의 농산물 공판장으로 실어 나르기 위하여 대형트럭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신선한 농작물을 공급하기 위한 농민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수확이 끝난 감자밭에는 여기저기 감자이삭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감자가 너무 크거나 작은 것 그리고 흠집이 있거나 수확하는 도중에 상처 난 감자는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그냥 밭에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삼일이 지나면 그냥 감자밭은 다른 작물을 파종하기 위하여 갈아엎어지기 때문에
그대로 흙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아니 저 아까운 감자를 그냥 버리십니까? 누가 주워 가면 좋을 텐데" 하는 저의 말에
"나도 아까운 줄 알지만 누가 주워 낼 사람이 없어! 그리고 주워도 인건비가 안나와
그러니까 그냥 버리는 거여!" 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감자 수확이 끝이 나면 다시 옥수수를 수확하여야 하기 때문에 언제 감자 이삭을
주워낼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작년 겨울에 쪽파 수확이 빠른 밭에는 감자를 파종하고 쪽파 수확이 늦은 밭에는 옥수수를
파종하였기 때문에 감자 수확이 끝이 나기가 바쁘게 다시 옥수수를 수확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감자가 심어져 있지 않는 밭에는 옥수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옥수수도 이제 꽃들이 한참 피어나고 있어 감자 수확이 끝이 나면 옥수수 수확이 시작될
것이라는 마을 주민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과 가까운 곳이나 도로에 가까운 곳에 있는 감자밭에는 그래도 간식거리로
마을주민들이 주워가기도 하고 이따금 관광객들이 주워가기도 하지만 마을과 도로의 먼
곳에 있는 감자밭에는 그대로 감자들이 버려지는 겁니다.
지난 IMF시절에는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감자이삭을 주워가서는 큰 것은 큰 것
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다시 선별하여 식당에 내다 팔기도 하고 간식용으로 사용
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경제가 다시 좋아져서 그러는지 는 몰라도 금년에는 감자 이삭을
주워 가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때는 우리의 좋은 먹거리였던 감자가 그냥 밭에서 버려지는 것이 정말 아까운
마음입니다.
누구 감자 이삭 주워 가실 분 안 계신가요?
그냥 오셔서 주워 가시기만 하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