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오늘 하루는

큰가방 2005. 6. 18. 22:56
 

오늘 하루는

박씨(朴氏)있어요?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니 우산을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하는 기상캐스터의 일기예보 때문인지 아침부터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다고 해서 우편물을 배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해서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고 비옷을 챙기고 있는데 동료직원이 “반장님! 이 등기우편물을 다원(茶園)으로 배달해 달라고 연락이 왔네요! 다원에 가시는 길에 이 우편물도 배달해주세요!” “다원이라면 어느 다원인데?” “참! 그것을 안 물어보았네요!”


“이 사람아! 다원이 한 두 군데인가? 다원으로 전송을 시키려면 어느 다원인지 정확히 물어봐야지!” “저는 그냥 다원이라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네요! 미안합니다!”해서 동료직원이 건네준 등기우편물 한통을 덤으로 가지고 행복을 배달하기 위하여 우체국 문을 힘차게 출발합니다. 그리고 첫 번째 다원에서 “여기 직원 중 박영길 씨라고 계시나요?” “박영길 씨요? 그런 분은 안 계시는데요!” “그래요? 알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다원에서 “혹시 여기 직원 중 박영길 씨라고 계시나요?” “박영길 씨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우리 직원은 그런 분이 안 계시는데요!”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리고 세 번째 다원에서 “혹시 여기 박씨(朴氏)있어요?” 하였더니 “박씨요? 박씨가 있기는 한데 심을 곳이 없어서 안 심었어요!” “아니! 박씨를 심다니요?” “아저씨! 생각해 보세요! 사방이 온통 차나무인데 어디다 박씨를 심겠어요?” “그게 아니고 제 이야기는 여기 직원 중 혹시 박씨 성을 가진 분이 계시는가 묻는 겁니다!” “예~에? 그 말씀이었어요? 저는 바가지 만드는 박씨가 있는가 묻는 줄 알았어요!”


“오해 받을까봐서요!”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우암 마을 뒤쪽에서는 호텔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그런지 땅에 커다란 철심 박는 소리가 더욱 요란스럽게 “쿵! 쿵!”하고 들려옵니다. 제가 우암 마을 우편물 배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저의 뱃속에서 “끄르륵! 끄르륵!”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어집니다. “아이고! 큰일 났다! 화장실을 어디로 가지?”하다 “그렇지! 주차장 옆에 공중화장실이 있지!”하고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바로 옆에 있는 공사장에서 “쿵! 쿵!”하고 커다란 철심 박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면서 땅까지 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철심 박는 소리가 일정하게 “쿵! 쿵!”하고 들리더니 갑자기 무언가 “텅!”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이게 무슨 소리지?”했는데 화장실 밖에서 젊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야! 그거 만지지마라! 잘못하면 우리가 그런 줄 알고 오해받을 수 있어!” “야! 오해를 받더라도 그냥 놔두면 되겠어?” “그럼 잠시 기다리자!”하는 소리가 들려


“무슨 오해를 받는다는 말일까? 그리고 또 잠시 기다린다는 소리는 무슨 소리지?”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제가 타고 다니는 빨간 오토바이는 땅바닥에 넘어져있고 우편물 몇 통이 오토바이가 땅바닥에 넘어지면서 튕겨져 나왔는지 땅바닥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 두 사람이 저를 보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이 사람들아! 오토바이가 넘어지면 세워놓고 우편물도 주워서 적재함에 넣어두지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으면 되겠나?”


“아저씨! 그게 아니고요!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편물을 줍고 있으면 아저씨께서 우리가 오토바이를 넘어뜨린 것으로 오해를 하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편물이 날아가면 못 날아가게 하려고 이렇게 지키고 있었어요!”하더니 얼른 땅바닥에 흩어진 우편물을 주워 저에게 가져오는 겁니다. 넘어진 오토바이를 세우면서 젊은이 들 하는 짓이 우습기도 하고 또 기특하기도 해서 빙긋이 웃었더니 “아저씨! 오토바이를 세워놓지 않아 미안합니다!”하고는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거기가 어딥니까?


저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부지런히 기쁜 소식과 즐거운 소식 그리고 행복까지 덤으로 배달하면서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군농리 금광마을을 향하여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가고 있는데 저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여보세요! 거기가 어딥니까?” “여기요? 여기는 금광마을 앞인데요!” “여보세요! 어디계십니까?” “지금 오토바이에 앉아있는데요!” “여보세요! 뭐하시는 분이세요?” “편지 배달하는 집배원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예~에? 집배원 아저씨라구요?”


“예! 그런데 왜 전화하셨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저에게 전화하셨어요? 저의 휴대전화에 아저씨 전화번호가 찍혀있어 전화를 했어요!” “그랬어요? 제가 언제 전화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누구십니까?” “아까 오전 10시24분에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그런데 왜 전화를 하셨나요?” “제가 전화를 했다고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 이름 요? 제 이름은 김영진인데요!” “김영진 씨!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댁이 어디십니까?” “저의 집은 주공아파트입니다!” “주공아파트 104동에 살고 계시는 분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선생님 댁에 택배가 하나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집에 계시는가 싶어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아서 아파트로 가지고 갔는데 마침 집에 사모님이 계셔서 배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던 것 같네요!” “그랬어요? 아까는 제가 전화를 진동으로 바꿔놓고 잠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택배 때문에 전화를 하셨군요! 고맙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하고 전화는 끊겼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여보세요! 거기가 어딥니까?” “여기는 금광마을 앞인데요!”제가 생각해도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사진은 대한다업 제2 다원 전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