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

고장(故障)난 영어(英語)?

큰가방 2005. 6. 24. 23:22
 고장(故障)난 영어(英語)?


다음날(5월 2일) 아침 6시 저는 플라자 호텔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모든 호텔식당은 서양과 중국요리를 합친 뷔페식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북경에서 하던 대로 몇 가지 빵을 접시에 놓고 빵에 발라 먹는 꿀(시럽) 같은 게 있어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을 퍼서 막 빵에 바르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조그만 종지기를 접시 위에 올려놓은 겁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키가 큰 서양인 남자가 저를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우! 땡큐 베리마치!”하며 활짝 웃었더니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오~노우!”하며 “하하하!”하며 웃더군요. 식사를 하면서 저 보다 컴을 잘 아는 충청체신청 소속의 젊은 직원에게 어제 밤 메일에 파일 첨부가 되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혹시 실장님이 잘못하신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요. 이따 식사 끝나면 저와 함께 가보시죠!”하여 “그럼 그렇게 하세!”하고서 식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갑자기 목이 마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선 차를 한잔 가져다 마시고 있는데 마침 식당 여직원이 테이블에서 빈 그릇을 치우기 시작하여 식당 여직원에게


“워터 원 컵 마이 키브 미!”(물 한 컵 나에게 가져다주십시오!)하였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저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게 아닙니까? ‘내가 너무 어려운 영어를 했나?’하고서 다시 “워터! 물! 한 컵! 마이! 나! 키브! 미! 갖다! 주세요!”하면서 손가락으로 컵을 들어 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였더니 이번에는 싱긋이 웃으며 저의 얼굴을 쳐다보는 겁니다. ‘이런 답답한 일이 있나?’하고서는 다시 “水(물)! 손가락으로 1을 표시하고 컵! 마시는 시늉을 하면서 가져다주세요!”하였더니


‘지금 야가 뭔 소리를 하는 거여?’하는 표정으로 그저 싱글싱글 웃고만 서있습니다. ‘이상하다! 어제 밤에 사무실 여직원에게는 이렇게 말을 하니 잘 통하던데 오늘은 아침부터 왜? 이러지? 갑자기 영어가 고장(故障)이 났나? 이럴 때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내가 너무 영어를 혹사 시켜 못 알아듣는 건가?’하고 있는데 저와 함께 식사를 하던 일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건너편 식탁에 있는 컵에 담긴 물을 가져와 보여주면서 “이것 좀 갖다 달라고요!”하고 한국말로 크게 말하자 그때서야 알았다는 듯


“오~우! 예스!”하는 것입니다. “참! 물 한 컵 얻어먹기 되게 힘드네! 그나저나 고마워 자네가 내 통역을 해 줘서!”하고 일행에게 말했더니 “그거요! 말을 못 알아먹으면 손짓 발짓하면서 막 씨불이면 다 알아먹던데요!”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날 아침 저는 식사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물을 얻어 마시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저는 충청체신청 직원과 함께 어제의 사무실로 다시 찾아가 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더니 컴퓨터를 켜주었는데 충청체신청 직원이


컴에 파일 첨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설치하였으나 역시 설치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실장님! 저의 생각으로는 컴퓨터에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설치가 안 되고 있어요!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 하겠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지!”하고서 호텔의 여직원에게 “혹시 메일 함에 파일 송부를 할 수 있으면 저에게 사진을 보내 달라!”며 저의 메일 주소를 가르쳐 주고 저의 사진이 저장된 곳을 알려주었는데


그 여직원이 컴에 저장된 사진을 열어보고는 갑자기 “어머!” 하는 겁니다. 그래서 컴을 보았더니 순식간에 저의 사진을 몽땅 지워버린 것입니다. 이미 지워버린 사진을 다시 디카에 연결하여 컴에 저장하자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오후에는 계림으로 또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다시 호텔로 돌아올 수 없는 관계로 할 수 없이 사진 전송을 포기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 플라자호텔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