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 돈 2천 4백 원
거스름 돈 2천 4백 원
오전 6시 30분 아침 식사를 하며 TV를 보는데 “오늘도 7월 중순 기온에 해당되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겠습니다!”하는 기상캐스터의 일기예보를 듣는 순간 ‘날씨가 무더워 진다니 오늘도 무척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우체국에 출근합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밤새 쉬지 않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하여 부지런히 달려온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섭니다. 오늘도 행복배달을 하기 위해 시골마을을 향하여 오토바이를 달리는 기분은 무척 상쾌하지만
그것도 잠시 뜨겁게 내리 쬐는 햇볕 때문에 어느새 저의 등은 흥건히 땀에 젖어있습니다. “아이고 더워라!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더 빨리 더워지는 것 같단 말이야!” 하는 생각을 하다 “요즘 도시지역 집배원들은 얼마나 무더울까? 도시지역은 아스팔트 지열 때문에 평균 섭씨 40도가 훨씬 넘는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때 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무척 시원하면서 반갑기만 합니다. 오늘도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행복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다 보니
전남 보성 회천면 군농리 당산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산마을의 중간쯤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댁 마당에 전화요금 고지서를 가지고 들어서면서 “할머니! 저 왔어요!”하였더니 “나 여깃어!”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할머니께서 마당 한쪽 텃밭에 심어놓은 고추 밭 고랑에서 잡초를 뽑아내고 계시는 중입니다. “아니! 할머니~이!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데 무엇하고 계세요! 빨리 나오세요! 그러다 쓰러지면 큰일 나잖아요!” “아이고! 날씨가 더와진께 고치 밭에 뭔 풀들이 이라고 한없이 질어난고!
정신이 한나도 없어서 잔 뽑아 불라고 그랬드만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참말로 힘드네! 그란디 오늘은 뭣 갖고 왔어?” “오늘은 전화요금이 나왔네요! 얼마 나왔는지 봐드릴게요!”하고 전화요금 고지서를 개봉하여 “할머니! 전화요금이 2만 7천 6백 원 나왔네요! 어디에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하셨어요?” “저녁이문 심심한께 아들한테도 전화 잔 하고 딸한테도 하고 그랬드만 그라고 나왔는 갑구만! 아저씨가 전화세 좀 갖고 가서 우체국에 바쳐 부러 잉!” 하시며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조그만 손지갑을 가지고 나와
“전화세가 을마라고?” “2만 7천 6백 원이요!” “참! 2만 7천 6백 원이라고 그랬제?”하시더니 만 원짜리 3장을 저에게 주시며 “돈 3만원 주문 잔돈이 얼마 남어?” “잔돈이요? 잔돈이 2천 4백 원 남아요! 그런데 저한테 지금 잔돈이 없으니까 내일 전화요금 영수증하고 잔돈하고 가져다 드릴게요! 아시겠지요?” “와따~아! 그래~에! 그라고 말고!”하셔서 “할머니 저 그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하고 할머니 댁 대문을 막 나오려는 순간 “아제! 아제~에!”하고 저를 부르십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거시기 전화세 영수증 안주고 가?” “아이고! 할머니도 참! 방금 제가 내일 영수증하고 잔돈 가져다 드린다고 했잖아요? 그 말 못 들으셨어요?” “오~오! 참 그랬제! 으~응! 알았어! 그나저나 날씨도 더운디 고상해 쌓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하고 다시 할머니 댁 대문을 막 나오려는데 “아저씨! 우체부 아제!”하고 다시 저를 부르십니다. “할머니! 왜 또 부르세요?” “거시기 전화세 잔돈 주고 가야제! 잔돈이 2천 얼마 남은 담서? 그랑께 잔돈주고 가야제~에!”
“할머니! 방금 제가 그랬잖아요! 지금 잔돈이 없으니까 내일 잔돈하고 전화세 영수증하고 가져다 드린다고요~오! 아시겠어요?” “아! 참! 그랬제! 내 정신 좀 봐! 내가 날씨가 더운께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그나저나 날씨도 더운디 진짜로 고생해 쌓네~에!” “할머니! 이번엔 진짜로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 할머니 댁 대문을 나와 막 오토바이에 오르려는데 “아제! 우체부 아제!”하고 또 다시 저를 부르십니다. “날씨도 무더워 짜증 나 죽겠는데 오늘따라 할머니께서 왜? 저러시지?”하며 다소 신경질적으로
“할머니! 왜? 자꾸 부르시는 거예요?”하였더니 “거시기 잔돈 2천 을마가 남은 담서 그 돈 나한테 갖고 오지 말고 그냥 아저씨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사서 자셔! 그라고 전화세 영수증은 지금 없어도 되고 날씨도 덥고 그랑께 내일은 우리 집 오지 말고 나중에 시원해 지문 전화세 영수증만 갖고 와 알았제? 날도 더운디 늙은이 혼자 산께 음료수 한 잔도 대접 못하고 미안해 죽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