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빨대의 재활용

큰가방 2005. 7. 2. 23:02
빨대의 재활용


장마가 시작되면서 연 4일째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부지방에 쏟아 부은 많은 양의 비에 비하면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 내린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린 편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행복을 배달하기 위하여 빨간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서려는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비가 몇 시간만 참아주면 비를 맞지 않고 우편물 배달을 끝낼 수 있는데 오늘도 기어이 비가 내리고 마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비옷을 챙겨 입고 천천히 우체국 문을 나섭니다.


전남 보성 회천면 율포리 오늘은 토요일인데다 율포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날인데 평소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외지에서 차량을 이용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거리에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날씨가 4일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다 보니 관광객들이 눈에 띠게 줄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날씨가 맑아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데 며칠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니 아무리 시설이 좋은 해수욕장을 개장한다고 해도 이 빗속에 어느 관광객이 찾아오겠어요?


빨리 장마가 끝났으면 정말 좋겠어요!”하는 율포리 상인들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천천히 우편물 배달을 하고 있는데 날씨가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고 해도 날씨는 여전히 무덥기만 합니다. 더구나 저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비옷까지 입고 자꾸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람에 저의 등에는 어느새 땀에 흥건히 젖어들면서 자꾸 가렵기까지 하는데 손을 넣어 긁을 수도 없어 날씨가 더욱 무덥게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아이고! 안되겠다! 아무리 비가 내리더라도 비옷은 벗고 우편물 배달을 해야겠다!”하고


비옷을 벗었는데 비옷을 벗는 순간 상쾌함이란 마치 무더운 한증막에서 차가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 느낌이었습니다. “진작 이렇게 비옷을 벗었더라면 고생을 덜 하는 건데 머리가 미련하면 손발이 고생이라더니!”하는 생각을 하며 율포리 슈퍼 앞을 지나고 있는데 이제 초등학교 4학년 쯤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가 아이스크림 컵에 빨대를 꽂아 입에 대고 빨아먹고 오다 저를 보더니 “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합니다. “벌써 학교가 끝났니? 참! 오늘이 토요일이라 학교가 빨리 끝났구나!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빨리 집에 가거라!” 하였더니 “예! 알았어요! 근데 아저씨! 왜? 이렇게 컵에 든 아이스크림이 안 나와요?” “아이스크림이 안나오다니? 혹시 컵 안에 얼음이 들어 있는 것 아니냐?”하였더니 컵의 뚜껑을 열어보더니 “아~아! 얼음이 들어서 안 나왔구나!”하더니 컵을 입에 대고 아이스크림을 쪼르르 마셔버리고는 “아저씨! 이것은 어디다 버려요?”하고 아이스크림 컵을 들고 저에게 묻습니다. “그건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여기 쓰레기통에 버려라!”하며 슈퍼 앞에 있는 휴지통을 가르치자“아~아! 그렇구나!


이것이 쓰레기통이었구나!” “그럼 아직까지 그게 쓰레기통인줄 몰랐니?” “아저씨! 저는  이 통이 너무 예뻐서 쓰레기통인줄 몰랐어요!”하고 대답하더니 아이스크림 컵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빨대는 소중하게 호주머니 속에 넣는 겁니다. “왜? 빨대는 버리지 않고 호주머니 속에 넣는 거냐? 빨대에 귀중한거라도 붙어있니?”하고 물었더니 “아저씨! 이 빨대는 재활용하려고 그래요!” “아니! 빨대를 재활용하다니 어디에 재활용하는데?” “이 빨대는 집에 가져가서 컵에 비눗물을 풀어요. 그리고 이 빨대를 컵에 넣고 ‘후’하고


불면은 비누거품이 막 부풀어 오르거든요! 그래도 계속 불어대면 비누거품이 커지면서 컵 위로 막 솟아올라요! 그래서 컵 위로 비누거품이 넘쳐흐르거든요! 그래서 빨대를 재활용하려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어요!” “음! 그랬구나! 그래!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빨리 집에 가거라! 그리고 엄마가 화내시니까 비누거품으로 너무 심하게 장난하지 말고 알았지?” “예! 알았어요!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하고 어린이는 집을 향해 뛰어갑니다. 빨대를 재활용하기 위하여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어린이의 마음 어떻게 생각하면 기특한 것도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여름의 향기 메인 화면에 나오는 녹차 밭의 소나무입니다. 오늘도 연인들의 데이트를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