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밭이여! 그 밭!"
“그 밭이여 그 밭!”
어젯밤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는 오늘 새벽까지도 계속해서 내리다 제가 출근할 시간이 되자 천천히 그치기 시작하더니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설 무렵부터는 검은 먹구름이 물러가면서 비는 완전히 그치고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려쬐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무척 덥겠는걸! 오토바이 타면서 조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우편물 배달할 준비를 서두르는데 동료직원이“팀장님! 어제 전일리 외래 마을 김영복 씨 댁에 등기우편물 도착통지서를 써놓으셨지요?
아까 그 댁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 등기우편물을 꼭 받아야 하는데 일 때문에 집을 비울 것 같다고 우체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전화 한번해주시라고 하네요!”하며 휴대폰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메모지를 전해주기에 김영복 씨에게 전화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보성우체국 집배원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어제 도착한 등기 우편물 때문에 전화해달라고 하셨다고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편지를 오늘 꼭 받어야 하꺼인디 내가 전일리 내래 마을 앞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디 편지를 내래 마을 앞 밭으로 갖다 주면 좋겠는데 어짜 것는가?”
“물론 그렇게 해드려야지요! 그런데 내래 마을 앞에 있는 밭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어느 쪽에 있는 밭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내래 마을에서 보문 그 앞에 밭 안 있든가? 거그 말이여!”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르신 밭이 어느 쪽에 있는지 제가 알기 힘들거든요! 내래 마을 앞이 전부 밭이지 않습니까? 어르신! 그러면 제가 내래 마을 입구에서 다시 전화 해드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럴란가? 그럼 그렇게 하세!”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행복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
시골마을 향하여 천천히 우체국 문을 출발합니다. “오늘 같은 날 비가 온다면 우편물 배달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 텐데 비가 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행복을 배달하다 보니 어느덧 내래 마을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래서 김영복 씨에게 전화를 합니다. “여보세요! 저 집배원입니다. 제가 내래 마을 입구에 와있거든요! 어르신 밭이 어느 쪽에 있습니까?” “우리 밭 말이여? 그 밭이 아니고 지금 녹차 밭이여! 그랑께 녹차 밭으로 와!”
“녹차 밭이라니요? 어느 쪽 녹차 밭을 말씀하세요?” “동네 앞에 녹차 밭 안 있어? 그리 오문 되야!” “어르신! 여기 녹차 밭이 어디 한 두 군데입니까? 어느 쪽 녹차 밭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아! 그라고 본께 내가 동네 이름을 안 갈쳐줬네! 여그 봉강리 모원 마을이여! 그랑께 이리 갖고 와!” “아니 아까는 내래 마을에 계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까는 내가 거가 있었제~에! 그란디 거그 일이 다 끝났어! 그래서 이리 왔응께 이리 갖고 와!” “모원 마을에는 녹차 밭이 여러 곳이잖아요!
어느 쪽 녹차 밭에 계시는데요?” “동네 뒤로 돌아 가문 산에 큰 녹차 밭 안 있어? 그 녹차 밭이란께!” “어르신! 그렇게 설명하시면 잘 모르거든요! 제가 모원 마을 앞에 가서 다시 전화 해드릴게요! 그러면 되겠지요?” “그래! 그라문 동네 앞에 와서 다시 전화하소 잉!”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모원 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달려가고 있는데 문득 바라본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녹차 밭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차나무 사이에 무수히 자라난 잡초를 뽑아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차나무를 재배할 때 나무와 나무 사이에 간격을 두고 차나무를 심는데 나중에 차나무가 크게 자라면 한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도록 간격이 좁아지지만 차나무가 어릴 때는 간격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그 사이로 잡초들이 엄청나게 자라나게 됩니다. 그러나 차나무에는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하여 잡초를 제거하면 안 되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람들이 직접 비지땀을 흘리며 잡초를 뽑아내는데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작업이 무척 힘들게 느껴집니다. “여보세요! 저 집배원입니다. 지금 모원 마을 앞에 와있거든요!
어르신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 안보여? 나는 지금 자네가 보인디!” “어느 쪽에 계시는데요?” “그 건너 밭 안 있어? 그 밭이여! 그 밭!” “아니! 그 밭이라니요? 어느 쪽 밭인데요?” “아따~아! 그 사람 되게 사람도 못 찾네! 회관 앞에서 보문 녹차 밭에서 사람들 일하고 있제? 그 밭이여! 그 밭!” “지금 사람들이 모여서 풀 뽑아내고 있는 녹차 밭 말씀이세요? 그럼 어르신 손 한번 흔들어보세요!”하였더니 모원 마을 회관 건너편 비탈진 야산에 있는 녹차 밭에서 한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