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늙으면 죽어야 하는 이유(?)
큰가방
2003. 6. 29. 20:58
6월의 하순에 접어들면서 날씨는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들판에 심어놓은 모들은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
니다.
풍년농사를 예고하는 날씨 같지만 하루종일 햇볕 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마
음은 상당한 더위를 의식하면서 오늘도 많은 우편물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서 이 마을
저 마을로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을 전달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오늘같이 전화요금 고지서가 있는 날에는 가장 힘이 드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각 가정에 전화가 없는 집이 없기 때문에 전화요금 고지서도 각 가정마다 한집도 빠
짐없이 발부되기 때문이겠지요.
부지런히 그리고 쉴새없이 달려온 마을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송곡리 중동 마을입니다.
그런데 중동마을에 도착하자 중동마을의 등기우편물 주인 인 이승재 씨 댁이 얼른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침 마을의 공터에 보리를 널어놓고 젓고 계시는 마을의 영감님께 묻습니다.
"어르신 여기 이승재 씨 댁이 어느 집인가요?" 하였더니 영감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응 이승재 집은 저기 송곡떡 집이여! 그랑께 저리 가보소!" 하십니다.
"어르신 저는 송곡떡 하면 잘 모르거든요! 그 댁 어른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하였더니
"엉! 대차 그라것네잉 여그 뒷골목 안 있는가 그리해서 쑥 올라가문 끄터리 집이 우리집
이고 그 앞집이 송곡떡 집이여 그랑께 그리 가보소!" 하시더니
"근디 우리집이도 뭣이 많이 왔제?" 하시며 "거시기 우리집이껏 있으문 이리 나 줘불소!"
하십니다.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면서 우편물을 찾아서 영감님께 드렸더니
"아니 우리 집이는 뭣이 이라고 날마다 한 보따리씩 편지가 와싸까? 이것이 뭣인가 좀 봐
보소!" 하십니다. 그래서
"어르신 이것은 전화요금 고지서 이것은 전기요금 이것은 자제분 앞으로 카드회사에서 청구
서를 보내왔는데요!" 하였더니
"그나저나 날마다 자네들만 고생을 시켜싸서 미안하시!" 하시며 여전히 보리 젓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이승재 씨 댁으로 향해갑니다.
사실 시골마을에는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 집을 찾으려면 그냥 대충 설명을 하여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시
골 마을의 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승재 씨 댁 문 앞에서
"할머니 약이 왔는데요! 도장을 좀 가지고 나오세요!" 하면서 할머니를 부르자 할머니께서
"응 누구여? 뭣이라고?" 하시며 무더운 날씨인데도 방문조차 열어놓지 않고서 제가 부르는
소리에 힘없는 대답만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방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께서는 어디가 많이 편찮으신 지 조그만 침대에 누워서 끙끙
소리를 내며 누워 계십니다.
"할머니 약이 왔는데요! 도장을 좀 가지고 나오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그때서야 정
신이 나시는지
"아이고 인자 약이 왔는갑네 내가 어저께부터 약을 못 묵어서 이라고 아퍼서 죽것서 그란디
애기들한테 전화도 없고 전화를 하도 못하고 그랑깨 애가 터져서 꼭 죽것드만 아이고 아제
고맙소 잉!" 하시며 침대에서 일어나시는 겁니다.
"할머니 도장이 좀 있어야 되겠는데요!"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도장? 내가 도장을 으따가 뒀으꺼인디 으따 둔지를 알아야제 그랑께 늙으문 죽어야 된다고
그랑갑서!' 하시며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펼치시며 도장을 찾기 시작하십니다.
"할머니 도장이 없으시면 그냥 손도장 찍으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오! 그래도 돼야 그라문 그냥 지장 찍으께 미안해서 으짜까 잉 늘 아제 만 성갓게 해쌓고
내가 어서 죽어야 되꺼인디!" 하시며 오른손을 내어놓으십니다.
"할머니 이제 약이 왔으니까요 약 잡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하였더니
"아이고 뭘라고 오래 살아서 그저 늙으문 죽어야 된당게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편하제!"
하시며 긴 한숨을 내 쉬시는 겁니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저는 할머니의 댁을 나와 다른 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이 오래 살면서 병이 없이는 살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왜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러나 들판에 심어놓은 모들은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
니다.
풍년농사를 예고하는 날씨 같지만 하루종일 햇볕 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마
음은 상당한 더위를 의식하면서 오늘도 많은 우편물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서 이 마을
저 마을로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을 전달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오늘같이 전화요금 고지서가 있는 날에는 가장 힘이 드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각 가정에 전화가 없는 집이 없기 때문에 전화요금 고지서도 각 가정마다 한집도 빠
짐없이 발부되기 때문이겠지요.
부지런히 그리고 쉴새없이 달려온 마을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송곡리 중동 마을입니다.
그런데 중동마을에 도착하자 중동마을의 등기우편물 주인 인 이승재 씨 댁이 얼른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침 마을의 공터에 보리를 널어놓고 젓고 계시는 마을의 영감님께 묻습니다.
"어르신 여기 이승재 씨 댁이 어느 집인가요?" 하였더니 영감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응 이승재 집은 저기 송곡떡 집이여! 그랑께 저리 가보소!" 하십니다.
"어르신 저는 송곡떡 하면 잘 모르거든요! 그 댁 어른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하였더니
"엉! 대차 그라것네잉 여그 뒷골목 안 있는가 그리해서 쑥 올라가문 끄터리 집이 우리집
이고 그 앞집이 송곡떡 집이여 그랑께 그리 가보소!" 하시더니
"근디 우리집이도 뭣이 많이 왔제?" 하시며 "거시기 우리집이껏 있으문 이리 나 줘불소!"
하십니다.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면서 우편물을 찾아서 영감님께 드렸더니
"아니 우리 집이는 뭣이 이라고 날마다 한 보따리씩 편지가 와싸까? 이것이 뭣인가 좀 봐
보소!" 하십니다. 그래서
"어르신 이것은 전화요금 고지서 이것은 전기요금 이것은 자제분 앞으로 카드회사에서 청구
서를 보내왔는데요!" 하였더니
"그나저나 날마다 자네들만 고생을 시켜싸서 미안하시!" 하시며 여전히 보리 젓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이승재 씨 댁으로 향해갑니다.
사실 시골마을에는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 집을 찾으려면 그냥 대충 설명을 하여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시
골 마을의 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승재 씨 댁 문 앞에서
"할머니 약이 왔는데요! 도장을 좀 가지고 나오세요!" 하면서 할머니를 부르자 할머니께서
"응 누구여? 뭣이라고?" 하시며 무더운 날씨인데도 방문조차 열어놓지 않고서 제가 부르는
소리에 힘없는 대답만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방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께서는 어디가 많이 편찮으신 지 조그만 침대에 누워서 끙끙
소리를 내며 누워 계십니다.
"할머니 약이 왔는데요! 도장을 좀 가지고 나오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그때서야 정
신이 나시는지
"아이고 인자 약이 왔는갑네 내가 어저께부터 약을 못 묵어서 이라고 아퍼서 죽것서 그란디
애기들한테 전화도 없고 전화를 하도 못하고 그랑깨 애가 터져서 꼭 죽것드만 아이고 아제
고맙소 잉!" 하시며 침대에서 일어나시는 겁니다.
"할머니 도장이 좀 있어야 되겠는데요!"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도장? 내가 도장을 으따가 뒀으꺼인디 으따 둔지를 알아야제 그랑께 늙으문 죽어야 된다고
그랑갑서!' 하시며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펼치시며 도장을 찾기 시작하십니다.
"할머니 도장이 없으시면 그냥 손도장 찍으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오! 그래도 돼야 그라문 그냥 지장 찍으께 미안해서 으짜까 잉 늘 아제 만 성갓게 해쌓고
내가 어서 죽어야 되꺼인디!" 하시며 오른손을 내어놓으십니다.
"할머니 이제 약이 왔으니까요 약 잡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하였더니
"아이고 뭘라고 오래 살아서 그저 늙으문 죽어야 된당게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편하제!"
하시며 긴 한숨을 내 쉬시는 겁니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저는 할머니의 댁을 나와 다른 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이 오래 살면서 병이 없이는 살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왜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