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개
어제 밤 7시경 우체국에서 퇴근을 하려고 밖을 나오자 느닷없는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밤 10경부터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내리던 비가 하얀 눈으로 바뀌어져 내리기 시작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5시 반경에 평소처럼 저의 집 대문 앞에 새벽에 배달되어온 신문
을 가지러 나갔더니 바람만 불어올 뿐 밤사이 많은 눈은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젯밤
많은 눈이 왔다면 큰일 날 뻔 했는데!" 하는 생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아침 식사가
끝이 나고 우체국에 출근을 하려고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많은 눈이 퍼붓고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힘이 들겠는데!" 하며 오늘 하루의 일과를 걱정하였으나 다행스럽게 우체국에
서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편물 배달을 하려고 우체국 문을 나설 때에는 그 동안 내리던 눈은
모두 그치고 도로에 쌓였던 눈도 모두 녹아서 "정말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우편물 배달
을 나섭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이 마을 저 마을로 우편물 배달을 하다보니 어느덧
저는 전남 보성군 노동면 용호리 묘동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묘동마을 두 번째 집
우편물 수취함에 막 우편물을 넣고 있는데
영감님 한 분께서 저의 오토바이 헤드라이트를 가르치시며 "어야! 거그 불이 써져갔고 있
네! 날이 훤한디 뭐할라고 그라고 불을 써갖고 댕긴가?" 하십니다. "아! 이거요! 오토바이
는 원래 주간에도 불을 켜고 다니도록 되어있어요!" 하였더니 "아니 대낮에 뭣 할라고 오토
바이에 불을 쓰고 댕겨?" 하고 다시 물으십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혼자서 넘어지거
나 하면 가벼운 부상을 입지만 차량하고 부딪히면 중상 아니면 사망 아닙니까? 그래서 차량
운전하시는 분들이 오토바이가 눈에 빨리 뜨이도록 하기 위하여 이렇게 불을 켜고 다니거든
요!" 하였더니
"응 대차 그라것네 잉! 그라문 나도 오토바이 탈때는 불을 쓰고 댕겨야 쓰것네 잉! 나는 으
째서 우체부들은 저라고 낮에도 오토바이에 불을 쓰고 댕긴고 그랬드만 그랑께 다 뭔 이유
가 있었구만 잉!" 하십니다. "예! 오토바이에 불을 켜고 다닌다고 해서 특별히 돈이 더 많
이 들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어르신께서도 기왕이면 불을 켜고 다니시는 것이 좋아요!" 하였
더니 "응 알았네! 고맙네 잉!" 하십니다. 저는 다시 다음 마을로 또 다음 마을로 차례차례
우편물을 배달하다 보니 어느덧 노동면 용호리 초전 마을로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참! 오늘은 안성진 씨의 댁에 우편물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성진 씨 댁
으로 달려갑니다. 안성진 씨 댁은 용호리 초전 마을로 가기 전 도로에서 약 100m 쯤 떨어진
독립가옥 인데 양지쪽에 자리한 조그마하면서도 아담한 집에서 노부부께서 정답게 사시며
사람이 찾아가면 유난히 반가워하시는 분들입니다. 잠시 후 안성진 씨 집 대문에 오토바이
를 세우고 "계세요?" 하면서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안성진 씨의 할머니께서 5~6m
쯤 되는 기다란 장대를 베어다 대 가지를 다듬고 계시다가 저를 보시고는
"우메! 반간 양반이 오겠네! 뭐 반가운 것 갖고 왔으까?" 하시며 저를 보고 활짝 웃으십니
다. "예! 저기 염소 영농조합이라는 곳에서 편지를 보냈네요!" 하고 대답을 하였더니 할머
니께서는 "에이! 그런 것은 갖고 오지말고 그냥 으따가 내부러 또 뭔 약 사로 나오라고 그
라제?" 하십니다. 그런데 그 순간 조그만 하얀 색 발바리 개 한 마리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종 개 한 마리가 "월 월!" 하면서 짖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시끄럽
다! 반간 손님잉께 짖지 말어라 잉!" 하십니다.
그런데 개들이 이번에는 "웡 웡 웡!" 하면서 더 큰 소리로 짖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
가 "임마 할머니가 반가운 손님이라고 하시니까 짖지 말아야지~이!" 하였더니 이번에는 개
들이 "으르렁!" 거리면서 금방이라도 저를 물어뜯을 듯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저에게 달려
들 태세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께서 지금까지 다듬고 계시던 긴 장대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시더니 갑자기 개들을 향하여 사정없이 내려칩니다. 그리고 내려친 장대는 땅바닥
에 부딪치면서 "타~앙" 소리가 납니다.
그러자 개들은 "캐~앵" 소리와 함께 한 마리는 개집으로 한 마리는 마루 밑으로 얼른 들어
가 피신을 합니다. "써근노무 게에끼들이 한번 짖지 마라문 짖지 말제는 한번 짖으문 한없
이 퍼 짖어싸! 손님들 미안해서 죽 것 그만은!"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할머니 개들도 밥
값을 하려고 짖는데 그렇게 사정없이 때리시면 되겠어요?" 하는 저의 말에 "아! 게에끼들이
죽으면 잡어서 해묵제 어채!" 하십니다. 그런데 그 순간 마루 밑으로 들어간 발바리 개 한
마리가 다시 한번 저를 보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다시 한번 긴
장대를 개를 향하여 사정없이 내려치십니다.
그러자 마루 밑으로 쏙 들어갔던 발바리 개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였는지 꼬리를 사타구니
속으로 말아 넣고는 고개만 빠끔히 내놓고 저를 말똥말똥 쳐다봅니다. "개들아! 내가 뭐라
고 그랬냐? 짖지 말라고 하였지? 앞으로 조심해라! 함부로 나를 보고 짖다가 보신탕이 되어
도 나는 책임 못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