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후회
오늘은 어버이의 날입니다. 그러나 오후 늦게 부터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적중을 했
는지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어두컴컴한 날씨입니
다. 저는 오늘도 어버이날 선물로 도착된 소포와 여러가지 사연을 담겨 있는 우편물을 큰
가방에 담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언가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상하다! 내가 무엇을 빠뜨렸지? 등기! 소포! 우편물 담
은 커다란 배달가방! 오토바이 열쇠!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참! 그렇지!”
하고는 카네이션을 판매하는 화원(花園)으로 달려가 카네이션 한 송이를 사들고 나왔습니
다.
그리고 전남 보성읍 용문리 번열 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면서 어제의 일을 생각해 봅니다. 요
즘 우체국에서는 어버이의 날을 맞아 객지에서 시간이 없어 고향을 찾지 못하여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하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부모님께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이벤트
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제가 각 가정으로 배달할 카네이션의 수량을 확인하여
우체국 문을 나서려는데 우리우체국 영업과 아가씨가 “팀장 님! 혹시 카네이션이 부족할지
모르니까 카네이션 한 송이 더 가지고 가세요!” 하기에 “카네이션 수량이 꼭 맞는데 더 가
지고 가서 뭐하게요!
괜히 비싼 카네이션 더 가지고 갖다가 남으면 버릴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두세요! 남은
카네이션은 내일 사용하여도 되니까!“ 하고서는 아가씨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우
편물 배달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보성읍 용문리 번열 마을의 중간쯤에 살고 계시는 조영호
씨의 댁의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조영호 씨 댁의 노(老)할머니께서 마루에 앉아
계시다 저를 보시더니 ”우메! 아저씨! 우리집 뭔 반가운 것 왔으까?“ 하시기에 ”할머니! 경
기도 수원에 사시는 김영분 씨가 누구되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응! 우리 손부(孫婦)여! 응! 인자 본께 우리 아들이 낼이 어버이날이라고 손
부가 뭣을 보냈응께 오껏이라고 받어노라고 그라드만 그것이 왔는갑구만!“ 하십니다. ”할머
니 여기 할머니 용돈 십 만원이 왔네요! 돈이 맞는지 한번 세어보세요!“ 하였더니 ”와따 안
시어봐도 다 맞드만 뭣할라고 꼭 시어보라고 그래싸~아!“ 하시기에 ”할머니 부자지간에도
돈을 세어서 받는다는데 그래도 한번 돈을 세어 보셔야지요!“ 하였더니 ”그라문 그라까!“
하고서는 돈을 세어보시더니 ”응! 꼭 맞구만!“ 하셔서 ”할머니 여기 카네이션 꽃도 두 송이
왔으니까요 내일 아침에 아드님께 할머니 가슴에 달아달라고 하세요!“
하였더니 갑자기 할머니께서 “이 꽃은 내 꽃이 아닌갑구만!” 하십니다. “아니 할머니 왜 할
머니 카네이션이 아니라고 하세요?” 하고 깜짝 놀라 물었더니 “금메! 꽃이 올라문 세 개가
와야제 즈그 아베하고 어메하고 나하고 한나씩 가슴에 달제! 그란디 두 개가 온 것 본께 즈
그 아베하고 어메 껏만 보냈는 갑구만!” 하십니다. “할머니! 제 생각으로는 카네이션 하나
는 할머니 그리고 하나는 아드님 꽃인 것 같은데요!” 하였더니 “아니여! 그 깐 꽃 한 개가
을마나 한다고 즈그 할메 꽃은 보내도 안 했는갑네! 기왕에 보낸것잉께 한 개만 더 보내문
되꺼인디! 하기사 할메가 너머나 많이 늙어논께
꽃 달아봤자 소용도 읍제만은 그래도 영 서운하네!“ 하시며 할머니의 카네이션이 없어 매우
섭섭해하시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저는 ”아차!“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우체국
을 출발하기 전 ”혹시 모르니까 카네이션 한 송이 더 가지고 가세요!“ 하였던 우리 우체국
여직원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여직원이 카네이션을 더 가지고 가라고 할 때 말을
들었다면 할머니의 섭섭한 마음을 풀어드릴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저의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그리고 여직원의 권유를 무시하고 때늦은 후회를 하는 저의 자신이 정말 바
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할머니! 분명히 손부께서 꽃을 세 송이 보냈을거에요! 그런데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자세히 알아보고 할머니 손부께서 꽃을 세 송이 보냈으면 내일 제가 한 송
이 더 가지고 올게요! 할머니 화 푸세요! 아셨지요?“ 하였더니 ”참말로 그라까? 금메! 우리
애기들이 그럴 애기들이 아닌디 으째 꽃을 두 개만 보냈다~아! 그랬당게 그라문 낼 아저씨
가 또 꽃을 갖고 온다고?“ 하시며 화가 풀리시는 것 같은 얼굴을 하시기에 ”할머니! 그럼
제가 내일 꽃을 가지고 다시 올게요!“ 하고서는 할머니 댁을 나왔기 때문에 할머니와의 약
속을 지키려고 카네이션을 한 송이를 구입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할머니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 할머니께서는 함박 웃음을 지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해 하실 것입니다. 어버이의 날!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어버이들께서 아무
런 걱정이 없는 행복한 하루를 지내시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