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아니여!
이틀동안 계속해서 내리던 비가 오늘은 그쳤는지 제가 빨간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설 무렵에는 밝은 햇살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햇빛을 보기가 무섭게
눅눅하고 무더운 날씨로 바뀌어갑니다. 들판의 모내기는 금년에 자주 내린 비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제 비어있는 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어린 모들이 심어지고 이미 심어진 모들
은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가 전남
보성읍 봉산리 방축 마을의 세 번째 집을 막 지나가는 순간
"아저씨~이!" 하며 다급하게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 누가 나를 부르지?"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더니 할머니 한 분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아저씨! 나 좀 보고가~
아!" 하시며 저를 부르십니다. "아니! 할머니께서 무슨 일로 나를 부르시지?" 하는 마음으
로 할머니 옆으로 다가가서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였더니 "거시기 우리 집이 손님이 왔
는디 안주랑 있고 그랑께 술 한잔 자시고 가라고!" 하십니다. "할머니! 말씀은 고마운데요.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까 술은 마시면 안되거든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제가 오토바이를 타지 않을 때 그 때 마실게요!" 하였더니 "아니! 오토바이를 안탈
때가 은젠디 그랑께 생전 우리 집이서는 뭣을 통 안자시드만 그라지 말고 술 한잔만 하고
가랑께!" 하시며 저를 붙잡으십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그런데요 혹시 술 마시고 운전하
다 제가 사고나면 할머니 마음이 편하시겠어요? 그러니까 술은 다음에 마실게요!" 하고서
막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툭 떨어지는 겁니다. "어! 이것이 무엇일까?" 하
고 바닥을 내려다 보았더니 그것은 제비 똥이었습니다.
그래서 위를 쳐다보니 슬라브 지붕 바로 밑에 제비들이 집을 지어 놓았는데 제비집에는 제
비 새끼들이 다섯 마리가 빙 둘러앉아서 어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옛날 제비
집하면 초가집 처마 밑이 생각나곤 하였는데 이제 제비도 신세대 제비라서 슬라브 지붕 밑
을 좋아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저는 저에게 술을 권하
시는 할머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마을 향하여 열심히 달려갑니다. 그리고 삼산마을
여섯 번째 집에서 신문을 꺼내어 마루에 막 놓아두려는데
할머니께서 "아저씨 이것 좀 부쳐 줘!" 하며 내어놓으신 것은 넓이는 라면박스 정도의 넓이
에 두께는 어른 한 뼘 정도 되는 건강보조 식품 박스입니다. "아니! 좋은 약을 사셨으면 그
냥 드시지 왜 보내려고 하세요?" 하자 "아이고! 그것 안 묵어도 괜찮해! 우리 집 영감한테
으디서 전화가 왔는갑데! 약을 공짜로 보내 주거인께 그냥 자시라고 그래서 그래라고 했다
글드만 그란디 약이 집이 왔길래 봤드니 금메 돈을 18만원이나 주라고 그라네! 그란디 우리
집 형편에 그란 약을 우추고 묵으껏이여!" 하십니다.
"할아버지 자시라고 보내준 약인데 그냥 할아버지 드시라고 하시지 그랬어요?" 하였더니
"영감이 귀가 얇어 갖고 은제 한번도 전화가 왔는디 뭔 경품인가 뭣 인가에 당첨이 되얐응
께 제세공과금만 내문 된께 약을 한번 자셔보라고 그래서 약을 보내라고 그랬드만 돈을 12
만원이나 내라 글드만 그란디 그때는 약을 몇 봉 자셔부러 갖고 할수없이 돈을 물어줬어!
그란디 그 약을 만날 묵어봐도 아무 효과도 읍드만 그란디 이번에도 또 그란당께 이번에는
공짜로 보내주꺼잉께 그냥 자시란다고 그래서 보내라고 그랬다
글데 그란디 금메 돈을 18만원이나 내라고 그란디 으추고 묵으껏이여?" "할머니! 그 사람들
도 이것을 팔아야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공짜로 약을 드리겠어요?" 하였더니
"금메 그랑께 말이여! 무단히 카만있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 갖고는 뭣을 공짜로 주네 으짜
네 그람시로 사람을 둘러 묵을라고 그래싼당께!" 하시며 할머니께서는 건강보조 식품 공급
업체 때문에 몹시 속이 상하신다는 표정이십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냥 반
송시켜 드릴게요!" 하였더니 "바쁜디 미안해서 으짜까?
맨 심바람 만 시켜싸서 안 그래도 아저씨를 보문 미안하디 또 심바람을 시키네!" 하시며 몹
시 미안해하는 표정입니다. "할머니! 이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에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세요!" 하며 건강보조 식품 박스를 오토바이에 싣고 할머니 댁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해 봅니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오랜 노동으로 몸이 성하신 곳이 없습니
다. 그런데 그 약점을 이용하여 마치 자기 물건을 공짜로 주는 것처럼 위장을 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정말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