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컴퓨터 강의를 받으시는 아주머니

큰가방 2001. 10. 13. 15:36
비가 개인 들판에는 막바지 수확이 한창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는 꽃잎을 모두 바람에 날려 흩어져가고 씨들 만 남아 이미 내년을 기다리
는 듯합니다.
시골집 마당이나 마을의 공터에나 햇볕이 드는 곳이면 어디에나 고추며 콩 팥 그리고 가장
중요한 벼들을 말리느라 분주합니다.
들판에는 콤바인의 소리가 요란하고 수확이 끝난 들판에는 비둘기나 참새들이 점령하여 부
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잠시 쉬어가세요!"
하시며 우편물을 수취함에 막 투입하려는 순간 문을 열고 나오시는 나이가 좀 드신 아주머
니 한 분께서 저를 붙드시는 겁니다.
무슨 부탁을 하려고 그러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프라이팬에 부침개 한 장을 들고 나오
시더니 저에게 권하시는 겁니다
"마침 잘됐다 배도 고픈데"
하면서 밀가루 부침개 한 장을 천천히 먹고 앉아 있으려니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편물을 잘 가져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자주 집을 비우니까요 혹시 사람이 없더라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수취함에 잘 넣어주세요!"
하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런 것은 염려하지 마세요. 저희들이야 아주머니께서 계시든 안 계시든 언제나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집을 자주 비우시나요?"
"예 제가 시골에서 살다보니까 컴퓨터를 배워야겠기에 광주우체국에서 무료로 컴퓨터를 교
육을 시켜주셔서 지금 광주를 다니고 있어요!"
하시는 겁니다.
"아니 컴퓨터교육은 우리 보성우체국에서도 무료로 교육을 시켜드리고 있는데요"
하는 저의 말에 "예에 그랬어요? 정말로 그렇게 하고 있나요? 그러면 컴퓨터는 몇 대나 있
어요? 컴퓨터 강사는 강의를 잘해 주시나요?" 하고 물으시는 겁니다.
"우리 보성우체국에서는 전문 강사 님을 초빙하여 아주 쉽고 이해가 잘 가도록 교육을 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교육을 받으시고 싶으시면 연락을 주세요!"
하였더니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하 그렇군요 그걸 왜 제가 몰랐을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시는 겁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요?
가까운 곳의 컴퓨터 교육장을 모르고 멀리 광주까지 컴퓨터 강의를 받으러 하루에 4시간 가
까이 차를 운전하면서 광주까지 컴퓨터 강의를 받으러 가시는 아주머니의 열성이 정말 대단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그 아주머니께서 열심히 노력하셔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