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달걀
깨져버린 달걀
2000/04/10
봄이 왔습니다.
노오란 개나리 나뭇가지 사이로 봄은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빨갛게 피어있는 진달래의 꽃잎 사이로 봄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얗게 피어있는 목련꽃의 향기사이로 봄은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도 봄은 활짝 웃고 있습니다.
오늘은 장날도 아닌데 보성읍 우산리 외현 마을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께서 시장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를 한 손에 들고서 바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할머니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할머니! 오늘은 맛있는 것 사오시나 봐요? 할머니 무엇을 그렇게 많이 사셨어요?" 하는 저의 물음에 할머니께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 잉! 낼이 우리 영감 생일이라서 시장을 좀 봐 오니라고" 하십니다.
"그래요! 할머니 그거 이리 실으세요! 제가 집에까지 배달해 드릴게"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참말로 그래도 되까?" 하시며 빙긋이 웃으십니다. "할머니 그 대신 내일 맛있는 것 많이 주셔야 돼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저의 오토바이 적재함에 시장바구니와 검정 비닐 봉지를 실으시면서 "와따~아 그래야제~에!" 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잠시 후 할머니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르신 저기서 할머니가 이것 집에 갖다 놓으라고 해서 가져왔어요! 이것 받으세요!" 그리고 시장바구니를 전해 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시장바구니를 받아서 마루에 놓는 순간 무엇이 “퍽!”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하시면서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시더니 "이런 달걀이 두개나 깨졌네! 아이고 큰일 났다!" 하시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어르신! 그 달걀 어르신하고 저하고 하나씩 먹어버리면 어떨까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물어보시면 우체부가 먹었다고 말씀하시면 되겠네요!" 하였더니 할아버지께서 얼른 "응! 그렇게 하세!" 하셔서 할아버지와 저랑 달걀을 하나 씩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 "자네 혹시 내일 우리 할멈이 달걀 먹었냐고 물어보면 자네가 먹었다고 하게!" 하시는 게 아닙니까!
남자는 늙으면 공처가가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