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페인트칠하던 날

큰가방 2007. 1. 28. 06:57
 

페인트칠하던 날


2007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2주일이 넘어서고 있지만 바람도 불지 않은 마치 이른 봄날처럼 따스한 날씨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쪽파 수확이 모두 끝난 시골마을 들판에서는 농부들이 쪽파 밭의 비닐을 걷어내기도 하고 또 한쪽에서는 봄에 수확할 감자 씨 파종을 준비하느라 짙은 향기가 나는 두엄을 밭에 뿌리기도 하고 트랙터를 이용하여 로터리를 치기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시골마을 이곳저곳에 우편물을 배달하다 전남 보성 회천면 벽교리 명교마을에 접어들었을 때는 벌써 오후 3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명교마을 가운데 쯤 살고 계시는 영감님 댁 마당으로 들어서자 평상에 술과 음료수 그리고 김치가 놓인 음식상이 차려져있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그런데 오늘은 평상에 무슨 음식을 차려놓으셨어요?” “응! 자네 오셨는가? 오늘 우리 집 지붕에 페인트칠하는 날이어서 인부들 새참주려고 음식 준비 좀 하고 있네!”라고 대답하시는 순간 주방에서 조금 큰 노란 냄비를 들고 나오시던 할머니께서


“아제 오셨어? 지금 우리 인부주려고 라면 끓였는디 이리와 한 그럭 자시고 가!”하며 좋은 일이나 있는 것처럼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십니다. “할머니! 오늘은 얼굴이 싱글벙글하시는 것을 보니 좋은 일이 있나 봐요?”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이 있것어? 남들은 진작부터 펭끼(페인트)칠을 해서 새집 같이 해 놓고 산께 영 부럽드만 인자 우리 집도 펭끼를 칠해서 좋아서 그러제!”하시더니 영감님에게“애기 아부지! 얼런 인부들 오라고 하씨요! 라면 다 퍼져 불것소!”하시자 영감님께서 페인트칠하는 인부들에게


“어이! 이리와 새껏(새참)자시고 하소!”하시자 “예~에! 알았습니다!”하며 여기저기 페인트가 묻은 옷을 입은 인부들이 지붕에서 내려오더니 할머니께서 그릇에 담아주시는 라면을 한 그릇 씩 받아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데 할머니께서 벽의 붉은 벽돌을 가르치며 페인트칠을 하시는 분에게“아저씨! 저기 벽돌에는 펭끼칠하문 안돼요?”하고 묻습니다. “붉은 벽돌에도 페인트칠을 할 수는 있지만 칠을 하고 나면 오히려 보기가 싫어요!” “그래도 벽돌에 먼지가 많이 붙어 있응께 보기가 싫구만!” “그러면 날씨 좋은 날 벽에 물을


뿌리시고 빗자루 같은 걸로 문질러 닦아내시면 깨끗해질 거예요!” “오~오! 그러면 되겠구나!”하시더니 이번에는 창고 건물을 가르치며 “저기도 펭끼칠을 해야 쓰꺼인디!” “예~에! 창고에는 이따 지붕에 페인트칠이 끝나는 대로 해드릴게요!” “그란디 창고에는 무슨 색을 칠해 주꺼여? 나는 빨간 색이 좋드만!” “빨간색도 좋기는 한데 원래 빨간색은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빨리 싫증이 나기 때문에 흰색이나 그렇지 않으면 계란 색을 많이 칠하거든요, 이따 제가 영감님과 상의해서 예쁜 색으로 칠해드릴게요!” 그러자 이번에는


창고의 문을 가르치며 “저기 창고 문짝은 어떤 색을 칠해 주꺼여?”하고 묻습니다. “창고 문짝은 청색을 칠하는 게 좋은데 할머니께서는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나는 빨간색이 좋더라니까!” “그래요? 그럼 빨간색을 칠하던지 할게요!”하며 페인트를 칠하던 분께서 창고 문을 열어보더니 “할머니! 창고 문이 양철 문인데 너무 낡은데다 녹이 많이 나서 페인트칠을 해도 금방 벗겨지거든요, 그러면 오히려 더 보기 싫어요!” “애기 아부지! 창고 문짝을 얼렁 한개 만들어야 쓰것소! 그래야 펭끼칠을 해줄 것 아니요!”하시자


영감님께서 “아니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어? 이 사람들은 지붕만 펭끼칠을 해 주기로 했는디! 그라고 창고 문이 무슨 장난감이나 되는가? 금방 한개 만들어 붙이게 아무리 여자지만 속이 있어야지 원!”하시자 할머니의 얼굴은 갑자기 울상이 되십니다. “어르신! 이럴 때는 화 내지 마시고 ‘어이! 알았네!’하세요! 할머니께서 못할 말을 하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도 많은데서 기를 죽이고 그러세요!”하는 저의 말에 굳어졌던 영감님 얼굴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바뀌면서“어이! 알았네!”하시더니 빙그레 웃고 계셨습니다.


*이것이 무엇일까요? 낙지를 잡는 미끼랍니다. 요즘이 낙지의 제철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