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딸기
할머니의 딸기
2000/04/29
오늘 할머니께서는 보성읍 봉산리 덕정 마을에서 어제 저와 약속한대로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어제 "아저씨 우리 사우한테서 돈 왔제! 잉?" 하시며 저를 보자마자 도장부터 내미셔서 "아니 어떻게 그걸 아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우리 작은 사우가 나 용돈 하라고 돈을 한 오십 만원 보낸다고 전화가 왔습디다! 그래서 내가 아요!" 하셔서 "할머니 그런데 돈을 우체국에 찾으러 가셔야겠는데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그라문 아저씨가 돈을 좀 찾아다 주실라요? 늙은이가 요새 바쁘기도 하고 또 돈을 한번도 안 찾아봐서 잘 모른께 아저씨가 좀 찾아다 주씨요! 잉!" 하시기에
"예! 그러세요! 제가 찾아다 드릴게요! 그 대신 내일은 어디 나가시지 마시고 꼭 집에서 기다리고 계셔요! 아시겠지요?" 하고 약속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돈 한번 세어보세요" 하고서는 돈 봉투를 할머니께 전해드리자
할머니께서는 "아따! 안 시어봐도 맞것제~에! 아저씨가 얼마나 착실한디 그래싸!" 하십니다 그래서 "할머니! 그래도 돈은 세어 보셔야지요!" 하였더니 "그라문 한번 시여 보까?" 하시더니 돈을 세기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돈을 세어보고 나더니 "딱 맞네! 그란디 아저씨! 이것 좀 갖고 가서 잡숴 봐!" 하시면서 비닐봉지에 무엇인가를 두껍게 싸서 저에게 건네주십니다.
"할머니 이게 뭡니까?"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와따~아! 뭣이나 따나 그냥 갖고 가서 잡숴 별것 아닌께!" 하시는 바람에 그냥 오토바이 적재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깜박 잊고는 하루 종일 싣고 다닌 다음 우체국에 와서 비닐봉지를 풀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글쎄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아주 빨갛게 잘 익은 딸기가 들어있지 뭡니까?
“아이고! 할머니! 딸기면 처음에 말씀을 하실 일이지 완전히 딸기가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다닌 덕분에 완전히 죽이 되었지 뭡니까?”이걸 버리자니 아깝고 그런다고 먹을 수도 없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