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등기우편물
2000.07.12
오늘도 배달하여야 할 등기우편물을 컴퓨터 전산망에 수취인 자료 입력을 하고 있는데 검정 비닐봉지를 가져다주면서 "이것도 등기니까 같이 입력시키소!" 하는 특수 당무자의 말씀에 "이것이 무엇일까?" 하면서 비닐봉지 안을 들여다보니 비닐봉지 안에는 박카스 병처럼 생긴 조그만 병이 들어있는데 병은 깨어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포도색 액체가 흘러내린 채 젖어 있어 수취인 주소와 이름이 물기에 젖어 번지는 바람에 제대로 알아 볼 수가 없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겨우 어찌 어찌해서 수취인 주소와 이름을 입력을 시키고 배달을 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그런지 수취인 댁에는 세 번째 방문을 하였으나 사람이 없는 겁니다. “아이고! 답답해라! 우편물 상태로 보아서는 오늘 기어이 배달을 하여야 하겠고 다시 포장한 비닐봉지 안에서는 포도색 액체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으니 이걸 어쩐다?” 하다가 네 번째 방문을 해서야 겨우 우편물 수취인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 댁이 배철호 씨 댁이 맞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께서 “예! 그런데요!" 하고 대답을 하십니다. "저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등기 우편물이 파손이 된 채로 도착이 되었거든요 여기 확인을 좀 해보시렵니까?" 하고 검정 비닐봉지를 보여드리자 아주머니께서는 "어머나 우리 시어머니께서 아기 약을 보내신다고 했는데 이걸 어쩌지" 하면서 등기우편물을 받아본 수취인께서는 황당한 얼굴로 깜짝 놀라는 겁니다.
"내용을 좀 확인을 해 보십시오!" 하는 저의 말에 "예! 그럴게요 잠깐만요!" 하면서 등기우편물을 받아들고서는 병을 꺼내어 이리저리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하더니 "아저씨! 그래도 약이 조금은 남았네요! 정말 다행이네요!" 하시는 게 아닙니까!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당부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편물이 손상되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우편물을 보내실 때는 소포로 보내도록 해 주십시오!
소포우편물은 파렛이라는 박스에 넣어서 운반을 하기 때문에 파손될 확률이 없습니다 만 등기우편물은 우편자루에 넣어서 보내기 때문에 파손될 확률이 많습니다. 그나저나 우편물이 파손이 되어 죄송합니다!" 하였더니“아니에요! 아저씨가 일부러 이렇게 해 가지고 오신 건 아니잖아요! 다음부터는 소포로 보내라고 말씀드릴게요! 더우신 데 음료수라도 한잔하세요! 제가 오히려 더 미안하네요!"
하며 음료수 한잔을 권해주시는 아주머니께 "예! 고맙습니다! 제가 파손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도의적인 책임은 저에게 있으니까 이해하십시오!" 하였더니 아주머니께서는 "아저씨!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오히려 제가 죄송하네요! 여기 음료수 한잔하세요!" 그렇게 해서 무사히 파손등기 우편물 배달은 끝이 났습니다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언제나 처음 발송된 상태로 우편물 배달하여 드리면 서로가 좋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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