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이상한 전화

큰가방 2008. 3. 9. 08:09
 

이상한 전화


“어~이! 나 좀 보고가소!”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편물 배달을 하면서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 회동마을로 접어들었는데 마을 입구 양지쪽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던 영감님 한분이 나를 보자마자 심각한 얼굴로 하신 말씀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다른 것이 아니고 자네한테 뭣을 잔 물어봐야 쓰것네! 아까 우리 집으로 전화가 왔어! 전화세가 60 몇 만원이나 밀렸으니 전화를 끊어버리기 전에 당장 내라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러면 어떻게 대답하셨어요?”


“그래서 내가 그랬제! 그런 소리하지마라고, 우리 집은 절대 그런 일이 없고, 전화세가 나오면 자동납부를 시키고 있다고 그란께는 전화세를 빨리 내라고 하더니 끊어버리데!” “그러면 전화세를 내신다고 하셨어요?” “아니! 안했어! 그란디 으째 맘이 영 안 놓여서 자네한테 잔 알아 보니라고 그러네!” “어르신 댁에 한달이면 전화요금이 얼마쯤 나오던가요?” “한달이문 만 2~3천원 나올거여!” “그러면 생각해 보세요. 한달에 전화요금이 만 이삼 천 원쯤 된다면 최소한 3년 6개월은 전화요금을 내지 않아야


그 돈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60만원이 미납되도록 전화국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벌써 전화를 끊어버렸든지 무슨 수를 썼겠지요. 아마 사기꾼들이 사기 치려고 한 전화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금메! 나도 그 생각을 하기는 했는디 으디 물어 볼 데가 없응께 답답해서 자네한테 물어 본거여! 그라문 그냥 놔 둬 부러도 괜찬하까?”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요즘 ‘건강보험료나 세금을 환급해 줄 테니까 통장과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거나


‘아들이나 딸이 교통사고가 났으니 빨리 돈을 통장에 넣어 달라!’거나 ‘당신이 국제 사기꾼들에게 연루되어 있으니 남에게 절대 말하지 말고 통장과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전화가 걸려오면 대꾸도 하지 마시고 그냥 끊어버리세요! 자칫 잘못하면 그 사람들의 농간에 넘어가 피해보는 수가 있거든요.”하였더니 영감님께서 손가락으로 마을의 위쪽 집을 가르치며 “안 그래도 저 집 영감이 그런 전화에 속아서 큰일 날 뻔했어!” “예~에? 정말 그랬어요?”


“자네는 아직 모르고 있었는가?”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요.” “그랬어? 지난번에 밭에 일하다 집에 와서 점심묵고 있는디 전화가 왔다 그러드만‘거기 아무개 집이냐?’고 그러더니 ‘여기 서울 병원인디 지금 당신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니 빨리 수술비를 보내고 이일은 소문나면 안 되니까 남에게 절대 비밀로 하라! 안 그라문 큰일 난다!’고 그래서 ‘이상하다!’하고는 아들 핸드퐁으로 전화를 했는디 만날 통화중이어서


‘참말로 사고가 나서 여기 저기 전화하니라고 통화중인 모양이다!’하고는 부랴부랴 천포농협으로 쫓아가서 통장에 있는 돈 다 찾아 계좌에 넣을라고 했는디 창구 아가씨가 물어 보드람서 ‘뭣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을 누구에게 보내냐?’고 그란디 남에게 말하면 큰일 난다고 그랑께 말도 못하고‘그냥 돈 만 보내라!’고 했는디 갑자기 농협 아가씨가‘아제! 지금 기계가 고장 나서 송금이 안 되니까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하드니 ‘무슨 일이 있냐?’고 꼬치꼬치 캐 묻드람서


그래서‘사실은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 돈을 보내야 한다!’그랬더니‘그러면 아드님에게 다시 확인해 보고 꼭 돈을 보내야 될 형편이면 남의 통장에 넣지 말고 아들 통장으로 돈을 넣으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그럼 그러자!’하고는 아들한테 전화를 했는디 ‘무슨 교통사고가 나요? 아까 자꾸 이상한 전화가 걸려와 아버님 전화를 못 받았다!’하는 바람에 사기 전화인지 알았다고 그러데! 참말로 세상이 무서운 세상이여! 왜 그라고 남을 못 속여서 야단들인지!”하시는 영감님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봄 쪽파 수확이 한창입니다. 

*따뜻한 양지 쪽에 모인 할머니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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