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 앞바다 처녀바위
지난 2010년 11월 1일 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의 방명록을 확인하고 있는데 박광식 님께서 남기신 짧은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실은 율포 해수욕장에 있는 처녀바위(소바우 앞 바다에 있는 바위)의 유래에 대해 조사 중인데 혹 구전으로라도 알고 있으신 스토리가 있다면 메일로 부탁을 드려도 될지^^;아무래도 동네의 구전설화에 대해 많이 아실 듯해서요,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인데
“우암 앞바다에 처녀바위가 있었던가? 그쪽에 전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무튼 전설이 있다면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생각하며 2일 오후 늦게 우암마을로 향하였다. “어르신! 혹시 처녀바위라고 알고계세요?” “처녀바위? 바다 쩌쪽에 있는디 지금은 안보여 물이 싸악 빠져 부러야 보이제!” “그러면 그 바위에 대한 전설은 알고 계세요?” “나는 잘 모른디 누구 말을 들어본께 옛날에 처녀가 빠져 죽었다고 그라데!”
“왜? 빠져 죽었을까요?” “그것은 모르제!” “그러면 이 마을에서 전설에 대하여 아실만한 분 없을까요?” “이 동네 이장(里長)한데 가서 물어봐! 암만해도 그 사람이 젤로 잘 알것제!”하여 이장님 댁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3일 날 오후 다시 우암마을을 찾았다. “아제! 혹시 처녀바위 들어 보셨어요?” “그 바우는 저짝에 보이는 배(船舶)있는데서 500m쯤 더 가서 바닷물이 싸악 빠져불문 쪼금 보인디 으째 그란가?” “그러면 혹시 전설에 대하여 알고 계세요?”
“옛날에 처녀가 거그서 꼬막 같은 것을 캐고 있다가 바닷물이 급하게 밀려들온께 못 나오고 죽었다 그란든디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것네!” “할머니! 처녀바위 아세요?” “쩌짝에 있단 소리는 들었는디 나는 잘 몰라!”하는 것으로 보아 마을 사람들 대부분 위치는 정확하게 알고 있으나 왜 처녀바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4일 날 오후 나는 다시 우암마을을 찾아 처녀바위에 대하여 문의하였는데 “처녀바우? 옛날에 처녀가 남자를 기다리다 빠져 죽었다고 그라데!”
“그러면 기다리던 남자가 누구였을까요?” “그것까지 나는 모르것는디!” “옛날에 처녀가 김장할라고 배추 씻끄로 갔다 거그서 빠져 죽었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디!” “왜 배추를 바닷물로 씻었을까요?” “옛날에는 소금이 귀하고 비싸기 때문에 처음 바닷물로 씻은 다음 맑은 물로 헹궈서 짐장하고 그랬어!” “그러면 배추를 바닷물이 모래사장 가까이 들어왔을 때 씻지 왜 멀리까지 나가서 씻었을까요?” “그것은 모르제!”하는 대답뿐이었고 그날 밤 보성군청 홈피를 방문하여
혹시라도 처녀바위에 관한 자료가 있을까 열람하였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5일 날 오후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우암마을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는 영감님 한 분을 만나 급히 오토바이를 세웠다. “아제! 혹시 처녀바위 아세요?” “그 바위는 우암마을 앞 바다 속에 있는데 왜 그런가?” “그러면 전설은 알고 계세요?” “전설은 없어!” “전설이 없다고요? 그러면 이름을 얻게 된 동기라도 있을 게 아닙니까?” “그러면 코끼리바위니 사자바위는 왜 그렇게 부른다던가?”
“그거야 바위가 코끼리나 사자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겠지요.” “처녀바위는 내가 젊었던 시절 몇 번 보았는데 커다란 바위 두 개로 이루어진 암초(暗礁)인데 처녀처럼 평소에는 부끄러워 보이지 않다가 물이 많이 빠지는 조금 때 잠시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 뿐 전설은 없어 요즘은 덜하지만 옛날에는 배들이 바위 근처를 지나가다 부딪치는 경우가 있어 피해가 많았거든 그래서 군(郡)에서 피해를 막기 위해 부표(浮標)를 세운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네!”
11월 5일 바닷물이 상당히 많이 빠져 처녀바위가 보일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바위가 처녀바위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합니다.
처녀바위는 멀리 보이는 배에서도 약 500m 정도 더 멀리 있는 암초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