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에 빠져버린 정
전남 보성읍 자세마을 가운데 골목길로 접어들어 우편물을 수취함에 넣고 있는데 영감님께서 집 앞 하수도의 두꺼운 철판으로 되어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맨홀 뚜껑을 곡괭이를 이용하여 한쪽으로 치우는 것은 같은데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영감님께서 왜 저렇게 무거운 철판을 옮기려고 하실까?”하고는 “어르신 안녕하세요? 그런데 맨홀 뚜껑이 잘못되었나요?”하고 물었더니
“어이! 자네 왔는가? 아니 내가 여그다가 멋을 빠쳐 부렇단 마시 그래서 이것을 잔 치울라고 그란디 아무리 해도 꼼짝도 안 한단마시 그것 징하게도 무겁네~에!”하신다.
“무엇을 빠뜨리셨기에 그 무거운 맨홀 뚜껑을 치우려고 하세요?”하고 묻자 손가락으로 지난번 폭설 때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이 되어버린 곳을 가르치며
“여그는 눈이 한번 왔다 그라문 징하게도 안 녹네! 그랑께 사람이 댕길 수가 읍서! 그래서 오늘은 얼음을 잔 깨서 치울라고 망치하고 정하고 갖고 나와서 이것을 쪼고 있었는디 으차다본께 정이 여그 구녁으로 빠져 부렇단께!”
“그러면 정을 찾으려고 이렇게 고생하신단 말씀이세요?”
“그라문 으짜껏인가? 정을 찾아내야 또 얼음을 깨든지 말든지 하제! 망치로 쳐 갖고는 암만해도 안 깨진디!”하며 한숨을 내 쉬고 계신다.
“그러면 곡괭이를 잠깐 저에게 주시겠어요!”하며 곡괭이를 받아 맨홀 뚜껑에 뚫려있는 구멍에 끼운 다음 힘껏 옆으로 돌리자 하수구가 조금씩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힘껏 옆으로 돌렸더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생겼는데 하수도 바닥은 시커먼 이끼가 끼어 영감님께서 빠뜨렸다는 정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이노무 정이 우드로 빠졌간디 안 보인다냐? 이상하네! 내가 금방 여그다가 빠쳤는디 우드로 가부렇쓰까?”하는 순간 윗집 아주머니께서 다가오더니
“지금 멋하고 계시오?”하고 묻자 귀찮다는 표정으로 “내가 여그다 정을 빠쳐부렇는디 그것 잔 찾을라고 그래!”
“으차다 정을 빠쳐 부렇는디라?” “여그 얼음잔 깨다가 빠쳤제~에! 그라지 말고 밑에를 잘보고 정을 잔 찾어 봐!”하며 기다란 자리가 달린 갈퀴를 가져오시더니 하수도 물을 휘휘 젓고 계신다.
“어르신! 그렇지 않아도 바닥이 시커먼데다 물까지 흘러 잘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물을 휘저으면 정이 보이겠어요? 물이 맑아질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하였더니
“그란가? 대차 자네 말이 맞네! 그랑께 사람은 나이를 묵으문 쓸데가 읍단 말이 맞어!”하는 순간 흐린 물이 흘러가자 끝이 날카로운 정이 거꾸로 세워져있는 것이 보였다.
“저쪽에 거꾸러 세워져 있는게 방금 빠뜨리신 정 아닌가요?” “잉! 맞네! 맞어! 역시 절문 사람이라 하는 것이 다르구만!” 하여 정을 건져 올리고 맨홀 뚜껑을 닫았는데 또 다시 얼음을 깨려고 준비하신다.
“어르신 앞으로 눈이 오면 이렇게 얼음이 되도록 방치하지 마시고 얼기 전에 치워버리시고 그래도 눈이 내리면 소금을 뿌려 놓으면 그냥 녹거든요. 그러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오~오! 그것도 소금을 뿌리문 눈이 녹는단가? 알았네! 인자부터 눈이 오문 얼렁 치워야 쓰것구만 그나저나 고맙네! 잉!”
"지금 멋하고 계시요?" "여그다가 정을 빠쳐 부렇서!"
"쩌그 저것이 맞구만!"
'빨간 우체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멍난 우편 수취함 (0) | 2013.02.09 |
---|---|
"운동잔 하고 와!" (0) | 2013.02.02 |
갑자기 많아진 가족 (0) | 2013.01.19 |
"혼자서는 못살아!" (0) | 2013.01.12 |
홍시의 추억 (0) | 2013.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