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기장
전남 회천면 외래마을 가운데 집에 국가보훈처에서 택배로 발송한 호국영웅기장을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영감님께서 건넌방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무청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길게 이어진 줄에 걸고 계신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그런데 웬 무청을 그렇게 많이 걸고 계세요?” “이거~엇? 이 사람아! 실가리 몰리는 것도 일 년 농사여!
요거시 잘 몰라야 인자 날 춥고 그라문 된장국도 끼래묵고 그라제 이거시 읍스문 멋으로 국 깨래 묵는다고 방에 불을 때꺼인가?”
“어르신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옛날에는 시래깃국이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끓여먹곤 했는데 요즘에는 영향가가 많다는 것이 밝혀져
도시사람들이 더 좋아한다고 그러네요. 그런데 그 많은 시래기를 어르신 혼자 다 끓여 드시려고요?” “이라고 만한 것을 우추고 나 혼차 다 묵는단가?
인자 우리 얘기들 오고 그라문 갖고가서 해 묵으라고 싸주고 그래야제! 그란디 오늘은 멋을 갖고 왔는가?”
“참! 어르신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깜박 잊었네요. 국가 보훈처에서 나라를 위하여 싸우신 분들께 호국영웅기장을 만들어 보냈다고 하네요.”
“멋이 으찬다고? 으디서 멋을 보냈다고?”하며 다시 물으신다. “국가보훈처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6.25때 나라를 위하여 전쟁에 참전하여 싸우신 분들게
호국영웅기장을 만들어 보내 왔다니까요!” “음! 그랬어? 그랑께 즉말하문 옛날 원호청에서 그것을 보냈단 말이제?”하며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변하신다.
“어르신 기쁘세요?” “기쁘문 을마나 기쁘것는가? 그래도 나라가 안직은 우리를 안 이져불고 있구나! 생각한께 고마울 뿐이제!
그란디 쩌그 저짝집 영감한태도 이거시 왔든가?” “예! 조금 있다 배달해 드릴 거예요.” “그래~에! 참말로 조은 일이시! 저짝집 영감도 그때 실지로 전쟁에 참전한 용사여! 그랑께 그때 고상도 징하게 만이 했제에!”
“그러니까요. 모두들 고생하신 분들이 계시니까 지금 우리들이 잘 살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하고 건넛집으로 향하였는데
“어르신! 국가보훈처에서 6.25 전쟁 때 참전하신 분들에게 호국영웅기장을 만들어 보내왔네요.”하였더니
“나 그것을 주문한 사람도 아니고 필요도 읍는 사람잉께 기양 보내불소!”하며 짜증을 내신다. “어르신! 왜 짜증을 내세요?”
“혹시 그것 사깃꾼들이 보내주고 돈 내노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럴 리가요? 국가보훈처에서 발송한 것인데 사기꾼들이 어떻게 달려들겠어요? 그것은 걱정하지 말고 받으세요!”하였더니
“내가 자네를 못 미더서 그란 거시 아니고 요새는 하다 전화를 해 갖고 멋을 공짜로 주꺼잉께 받으씨요!
해 갖고 그것을 받고 나문 난중에 돈을 그것도 비싸게 주라고 해싼께 맘을 놀 수가 있서야제!”하시는 영감님을 보니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불신 가득한 사회로 변하게 되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도 일년 농사여! 그랑께 잘 몰려야제! 안 그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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